우리집 짱구짱아

살며시 번데기 그릇을 밀어내는 짱아.
“엄마, 먹을 수 있겠어. 엄마가 할머니인데...” 한 달 전 즈음 우리 집으로 온 애기 누에애벌레. 갓 태어난 손톱만한 그 아이들이 오기전까지만 해도 함께 냠냠냠 맛있게도 먹었었는데... 눈치 없이 한 종지를 먹고 보니 괜스레 미안해진다. 내가 할머니인데...

유월의 어느 날. 짱아 생태선생님께서 개미만한 누에애벌레를 분양해 주셨다.
한잔 시원하게 마신 아이스커피 통에 가득 받아 온 누에애벌레. 벌레를 무서워하는 나와는 달리 개미랑 누에랑 너무 친근한 짱구짱아 덕분에 어쩌다 누에할머니가 되었다.
막상 가져오고 보니 이렇게 작은 애벌레가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작아서 무서워하기엔 민망하기도 했다. 짱구짱아도 이렇게 작은 애벌레는 처음이라 더 귀여운지 뽕잎을 양손에 가득씩 들고 곁을 떠나지 못했다.
다음날 학교를 다녀오더니 선생님께 친구들에게도 귀여운 애벌레를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단다. 기부라니^^ 수첩 속에 친구들 이름을 보여주며 신청자들이란다. 친구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예쁘기도 하고 선생님, 부모님께서도 허락했다고 해서 3마리씩 이쁜 아이들로 정성껏 분양해 주었다.

며칠은 관찰통을 학교에 가져가 함께 뽕잎을 먹여가며 키우고 서로 뽕잎을 나누어 주며 기쁨을 함께하며 신나했다. 그러는 사이 나도 어느새 애벌레 할머니가 되어 4령 5령 애벌레가 사각사각 잘 먹는 소리를 짱구짱아랑 넋 놓고 보고 있기도 하고 뽕잎이 떨어지면 아이들 등교시키고 구룡산을 헤메거나 뽕잎 얻으러 한밤의 외출을 하기도 했었다.
뽕잎을 천천히 먹더니 드디어 실을 조금씩 풀면서 고치 지을 곳을 탐색하고 그러다가 하룻밤 사이에 정말 튼튼한 하~얀 고치를 짓고 그 안에 쏙 들어가 번데기가 되는 애벌레들. 신비롭고 뿌듯하면서도 서운해지는 마음. “엄마, 엄마도 애벌레가 다 자라니까 이런 마음이 들어? 이제 그만 컸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 좀 있으면 헤어지는 게 참 슬픈 것 같아.”
짱아야... 엄마는 짱아랑 짱구오빠가 그래. 이렇게 이쁜데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고... 한 달 만에 정말 짱아는 엄마 되고 나는 할머니가 된 듯하다.

짱구오빠랑 함께 누에를 관찰하고 공부하더니 많은 것을 알게 된 짱아.
“엄마, 오빠가 그러는데 저렇게 고개를 들고 가만히 있으면 잠을 자는 거래.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된대.” “엄마, 이정도면 다 자란거야. 이렇게 통통하게 8센티 정도면 키가 다 큰 거래. 그리고 절대로 고치를 지을 땐 만지면 안돼!.” “엄마, 누에나방은 입이 퇴화되어서 먹을 수도 없고 날개가 있는데 날지도 못하고...알을 낳고 죽는 운명이래...” “진짜 실을 뽑는 거야?” 라고 물어보니 “이모, 나방이 되기 전에 그 예쁜 고치를 삶아야 번데기랑 실이 나오는 건데 우리는 그렇게 못해요. 안해요. 너무 아플까봐요”
짱구는 ”엄마, 누에가 번데기가 되어 실주머니를 만들기 전에 영양분이 가장 많대요. 5령 3일에 햇볕에 말려 가루를 만들어 급속 냉동으로 살균시킨 뒤 건조해서 가루나 환으로 만든다는데... 그건 짱아가 더 크면 알려줘야겠어요. 울 것 같아요.” 하며 엄마짱아를 걱정하는 짱구.
기분이 안 좋다는 나에게 “기분이 안 좋아? 엄마, 엄마가 엄마한테 참 고맙다고 생각해봐. 이렇게 예쁘게 잘 태어났잖아. 예쁜 눈,코,입도 있지. 팔도 다리도 다 있게 말이야. 누에나방처럼 입이 없지도 않고 날지도 못하지도 않게 말이야. 그러니까 웃어. 엄마한테 고맙고 행복하니까” 그럽니다. 누에가 우리에게 준 선물은 단 한 가지가 아닌 것 같네요. 참, 고마워. 누에야...
드디어 누에가 알을 낳았습니다. 도돌이표처럼.. 다시 누에를 길러야 할까요? 또 애벌레가 태어나면 어떡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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