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의 한 마을에서 근무하던 20대 초등학교 여교사가 술에 취한 사이 학부형과 섬의 주민 2명으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 여교사는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성범죄 전담 수사 인력을 해당 섬에 파견해 피의자 이모 씨, 박모 씨, 김모 씨 등 3명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박 씨와 김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검사 결과 이들의 거짓말은 들통 나고 말았다. 사실이 밝혀지자 이들은 뒤늦게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사전 범행 공모 여부에 무게를 두고 추가 조사를 벌였다. 이후 사건을 수사한 전남 목포 경찰서는 10일 피의자 3명에 대해 강간 등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SNS를 통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이 사건은 사건이 발생한지 2주 뒤에야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흑산도 마을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주목했다. 몇몇 주민들은 이번 사건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라며 피의자들을 감싸주거나 그들에게 동정표를 던지는 한편, 피해를 입은 여교사를 오히려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던 여교사를 걱정하기보다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관광지로서의 타격을 입을까봐 걱정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특히 피의자의 가족들은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 신안군 사건 관련사진(출처-네이버뉴스)
또한 경찰은 사건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22일 일부 증거 자료를 확보한 후 5일 뒤인 27일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기각 사유로 도주 및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없고 구속하지 않고 임의 수사로도 충분히 수사가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체포영장이 기각됐으나 사건 초기 증거를 이미 확보하는 등 수사에는 큰 지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후 지난 3일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 발부받았고 하루 뒤인 4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피의자들은 모두 구속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체포영장은 출석에 불응하거나 도주 우려가 있을 때 청구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피의자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을 잘하고 성실히 조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유로는 체포영장 청구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남 교육청은 교육 중 발생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건 발생 2주가 지나서야 교육부에 보고하는 등 늑장 대처한 것과 관련해 누리꾼들에게 비난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전남 교육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학교에서 교육 중에 교사가 사망한 것이 아니고, 개인적 측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누리꾼들은 전남 교육청의 변명에 대해 보신주의의 전형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 여교사는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언론의 보도로 피의자보다는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으며, 피해자가 사용했던 관사와 근무했던 학교 등도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용기를 내서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2차 피해(성범죄를 겪은 이후 피해자가 겪는 피해 현상)에 노출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의 78.4%가 성희롱 피해에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48.2%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응답했고 16.2%, 15.4%가 각각 ‘업무 및 인사 고과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됐다’와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에 대처한 경우에도 55%는 처리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만 직장을 그만둔 경우가 9.9%로 집계됐다. 가해자의 징계 없이 피해자만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는 16.9%에 달했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성폭행이나 성추행 피해 이후 추가로 발생하는 2차 피해의 범위가 매우 넓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성추행이 있었는데 이후에 소문이 나서 입장이 곤란해지는 경우도 2차 피해에 해당된다. 이번 신안 사건에서처럼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언론에 계속 노출되는 경우도 2차 피해”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 등을 통해 피해 해결이 잘 되지 않을 때 피해자들이 다시 상담을 요청해 오는데 이 중 2차 피해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2차 피해 해결을 위해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