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바다협동조합, 생활용품 위탁매장 열어 자원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어

중고용품 위탁매장 컨싸인샵

▲ 윤승현 이사장

 

 

 

 

 

 

집안 정리 후 배란다나 수납장에 고이 모셔둔 안 쓰는 물건들.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손이 안 간다.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빡빡한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위탁매장은 이럴 때 생각나는 곳이다. 위탁매장에서는 직접 직거래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물건을 대신 팔아주고 판매대금의 일부를 위탁자에게 돌려준다. 알뜰족이라면 눈이 번쩍 뜨이는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집안정리도 하면서 용돈까지 챙기고 특히 저렴한 가격에 내가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다니 그야말로 1석 3조다.

청주지역에 이러한 생활용품 위탁매장이 처음으로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청주아나바다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컨싸인(consign·위탁)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청주시 중앙동 중앙시장 1층에 위치한 컨싸인샵은 33명의 조합원이 총 4000만 원의 출자금을 모아 창립한 청주아나바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중고물품 위탁 판매장이다. 80여 평 넓은 매장에 의류, 가전, 그릇, 아이들 장난감, 책, 신발, 소품 등 그야말로 갖가지 생활용품이 그득하다. 말 그대로 생활용품이다 보니 쓸 만한 별별 물건이 다 있다. 깨끗하고 튼튼한 유명 브랜드 유모차가 5만원, 품질 좋은 울 코트가 2만원, 세련된 가방이 단돈 1만5000원이다. 비록 새것처럼 빛이 나진 않지만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청주아나바다협동조합의 윤송현 이사장은 “살 때는 꼭 필요해서 비싸게 주고 샀지만 유행이나 시기가 지나 쓰지 않고 묵혀두는 물건들이 집집마다 많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필요 없어진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적은 금액이라도 자신이 직접 물건의 가격을 정하고 판매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만큼 물건의 품질과 상태가 우수한 것이 많아 타 구제매장 제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컨싸인샵 운영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판매자가 투명한 만큼 물건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위탁자가 희망가격 스스로 정해

지난해 12월 문을 연 컨싸인샵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말 그대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다.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고장 난 전자제품, 깨진 그릇처럼 내가 사용할 수 없게 된 물건은 당연히 안 된다. 또 장롱처럼 너무 크거나 무거워서 이동이 어려운 것도 곤란하다. 그 외에는 다 취급할 수 있다.

컨싸인샵의 가장 큰 특징은 판매할 물건의 가격을 위탁자가 직접 책정한다는 것이다. 그 물건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물건을 사고 사용해 본 사람인만큼 위탁자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윤송현 이사장은 “수거한 물품은 위탁자가 정한 가격을 붙이고, 위탁자가 정하기 애매한 것들은 물건 상태에 따라 분류해서 팔리기 쉬운 가격을 붙여서 진열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이어 “이러한 판매방식은 물건의 소유자가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물론 물건의 소유자 입장에서는 직거래가 가장 좋겠지만, 직거래에는 그만한 기회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효율적인 판매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우선 컨싸인 샵에 물건을 위탁하고 싶다면 위탁하려는 물품을 직접 가져오거나 전화로 수거를 의뢰하면 된다. 방문해서 먼저 위탁자의 기본정보, 계좌번호 등을 등록하고 판매 희망가격 등을 기록한 위탁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위탁자는 물건이 판매되길 기다리면 된다. 위탁한 물건이 팔리면 판매금액의 35%를 공제한 뒤 컨싸인샵 직원이 위탁자 계좌로 입금해 준다. 단 방문해서 수거할 경우 컨싸인샵이 공제하는 수수료는 40%다.

물건에 가격을 매겨서 누군가에게 판매를 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건을 깨끗하게 손질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특히 귀한 물건일수록 구입경위나 구입가격 등 물건에 관한 정보를 메모지에 적어두는 것이 좋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쓰고 버리는 쓰레기 양은 무려 55톤에 달한다고 한다.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 후손들을 생각하면 자원을 아끼고 자연을 보호하는 일은 거창한 구호나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청주아나바다협동조합은 ‘자원순환’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섰다.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합은 조합원들의 민주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자원을 ‘아끼고, 나누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일을 주된 사업으로 정했다. 최근에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윤 이사장은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에는 중고용품 위탁 판매샵이 이미 오래전부터 활성화되어 있고 쓸 수 있는 물건의 재사용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우리 청주에서도 믿을 만한 위탁매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이라고 해서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으로 생각해야 하는 의식 변화가 절실합니다.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reduce), 다시사용(reuse)하며, 재활용(recycle) 하는 것이 꼭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문의 224-8282, www.con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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