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겐 3포시대도 옛말이 되어버린지 오래되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5포세대(취업,내집마련), 7포세대(인간관계와 희망)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 강의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흔한 대답은 지금 배우자를 만난 것, 혹은 배우자와 함께 했던 순간, 그리고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아이를 낳았던 일을 꼽는다. 연애, 결혼 그리고 출산은 우리 삶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면서 삶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을 포기하는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 부모님이 청춘이던 시절 1960~70년대는 지금보다 삶의 질이 낮고 가난했지만 연애하고, 결혼하여 우리들을 낳았다. 단순히 돈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면 국민소득 5000불을 돌파한 1980년 보다 지금이 4배는 돈 걱정 없이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보다 더 많이 벌고 잘 살게 된 지금 불행히도 돈 때문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할 정도로 고통 받고 있다.
 
여기서 단순히 돈과 행복이 비례하다는 논리는 모순이 있다. 사람의 마음, 또는 심리 등 다양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행복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전 우리 부모 세대는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비교의 대상이 별로 없고 상대적 빈곤감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노력해서 그 부족함을 조금만 채우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 도시의 삶은 비교 대상과 차이가 너무 커져버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그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패배감이 생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은 사람을 능력 있다고 여기고 높이 평가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돈 또는 그 사람의 재력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소유물, 예를 들어 집이나 차 같은 것들을 가장 쉽게 비교 한다. 불행한 것은 일단 비교를 하게 되면 내가 아닌 남들이 얼마를 벌고 있는지, 옆집 사람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가 나의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소득과 소비 등을 옆집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내 삶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야 한다. 돈이 아닌 다른 것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삶에서 실현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아는 사람들은 돈으로 삶을 평가하거나 남을 비교하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에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타인이 얼마를 버는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 비교하지 않는다. 돈이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만을 기준으로 남들과 비교하며 살면, 그 삶에는 주체성이 없고 자신감도 없어진다. 진정한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탐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까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할 때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게 되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게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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