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잘드는 양지바른 곳에 어느새 앙증맞게 피어있는 큰개불알꽃 무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살며시 앉아 고개숙여 손을 뻗어보지만 여린 새싹과 꽃을 감히 만져보지는 못합니다. 행여나 나의 손길로 인해 여린 새싹들이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어서..아직은 낮기온과 조석의 기온이 10도 이상 차이가 나는 초봄이므로 인고의 세월속에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작고여린 보랏빛 생명들이 마냥 소중하고 귀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3월 중순, 영아들이 어린이집에 신입생으로 입학해 적응과정을 거치면서 차츰차츰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기특해서 자꾸 교실 문을 열어봅니다. 소꿉놀이 영역에서 쌍둥이 자매 유하와 유온이가 사이좋게 소꿉놀이를 하고 있네요. 놀이용 핸드백에 장난감을 잔뜩 집어넣고 목에 걸고 한손에는 인형을 들고 있는 경은이, 언어영역 매트에 비스듬히 누워 동화책을 보고 있는 하연이, 돋보기를 양손에 들고 물고기를 들여다보는 수연이, 친구들과 블록 쌓기를 하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 블럭을 쑥 빼가는 개구쟁이 이준이, 가위질에 푹 빠진 한율이, 항상 옆에 있던 쌍둥이 한겸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어서 감기가 완쾌되어 친구들 곁에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교실 밖 유희실로 나가고 싶어서 자꾸 쉬가 마렵다는 다경이, 조금 늦게 입학하여 아직은 친구들이 서먹서먹한 가람이가 어서 친구들과 웃으면서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어린이집에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면서 친구들과 놀이도 잘하고 점심과 간식도 잘먹고 낮잠도 잘 자는 아이들..선생님과 교실이 바뀌었어도 꿋꿋하게 새로운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이하는 재원생들..이 사랑스런 아이들이 양지 바른 곳에 수줍고 곱게 피어난 보랏빛 새싹처럼 여리고 소중한 귀한 생명들입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들이 이슈화되면서 영유아교육기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여 아이들의 안전장치에 주력을 다하고 있을 무렵,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영유아관련 사건사고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청주에서 일어난 사건 중 엄마가 ‘소변 못 가린다’는 이유로 4살배기 딸아이를 욕조에 넣어 사망하게 한 후 암매장한 사건, 이모가 3살짜리 조카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 5살 의붓아들을 밀쳐서 머리를 부딪치게 하고 9일 후 사망하게 한 사건 등등. 지금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지 못한 사회테두리 안에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2014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부모의 아동학대가 전체의 1.8%(8,207건)를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아동학대의 대다수가 친부모, 혹은 지인이 가해자인 것을 감안했을 때 아이들이 주변이 아닌 경찰 등에 직접 신고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아동학대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또한 누구나 내 주변에 걱정스런 아이들이 있다면 관계기관에 신고하여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대비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가정 내 아동학대 발생 원인은 부모 등 보호자의 양육태도 및 양육기술 미숙, 과다한 스트레스, 부부의 갈등 등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원인 또한 영유아교사의 지도방법 기술 미숙, 장기간 아동보육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일선 교사들에게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의무화해서 지속적인 재교육을 받고 있듯이 우리 부모와 성인에게도 체계적이고 꾸준한 아동학대 예방교육 및 아동권리 전반에 관련된 교육과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의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꿈을 꾸며 잘 자랄 수 있도록 성인이며 교육자인 제 자신부터 안전지킴이가 되어 보렵니다.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