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봄, 첫 마음, 첫 사랑... ‘첫’처럼 마음 설레는 말이 또 있을까?

3월의 학교는 어김없이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기다리고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미운 정 고운 정 푹 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한해를 시작한다.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는 삶의 체험장이다.
 
약속된 3월의 첫 만남이 설렘으로만 기다려지는 건 아니다. 새로운 환경과 바뀌는 업무에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함께 있으니 기대와 설렘을 맘껏 누리지 못한다. 교사라는 직업 덕분에 평생 학교만 다니는 나에게 해마다 3월은 가장 긴장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5년이나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 새로운 학교에서 출발하는 올해 3월은 더더욱 그렇다.
 
새 학년 첫 수업은 교과에 대한 소개와 한 해 수업 계획을 공유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엔 좀 색다르게 아이들끼리 친해지는 시간을 준비했다.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하면서 한편 염려되는 마음도 있지만 3월의 기분들을 있는 그대로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사회 첫 시간, 반 전체가 원으로 둘러앉아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교사와의 첫 만남이기도 하지만 아이들끼리도 첫 만남이 아닌가. 올해 새로운 우리 반을 떠올리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찾아보고 짝에게 말해보도록 했다. 아이들은 어색하고, 낯설고, 긴장되고, 걱정되고, 작년 반 친구들이 그립다고 한다. 아이들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나또한 온몸으로 느껴진다. 왜 예전엔 몰랐을까? ‘새로운 학년이 되었으니 적응하는 건 당연하지. 사는 게 원래 그런 거지.’ 그랬던 건 아닐까? 그동안 애써 못 본 척 외면했던 것 같아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마음이 짠하다. 새로운 반 친구들이 좋은 아이들인 것 같아 안심된다는 말, 친했던 친구들이 많아 편안하다는 말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서로에 대해 느껴지는 기분을 찾고 말하며 웃음소리가 나오고 휑했던 교실이 조금씩 따뜻해진다.
 
이어지는 시간, 관계 속에서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성격 유형 검사 ‘에고그램’ 활동을 준비했다. 비슷한 유형의 친구들끼리 모여 공통점을 찾아보고 다른 유형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며 아이들은 자기 모습과 새로운 반 친구들에 대해 알아간다.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아이, 친구들의 몰랐던 점을 알게 되어 더 친해진 것 같다는 아이, 친구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나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아이. 얘기를 하며 속마음을 털어낼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해지고 충전되는 것 같다고도 한다. 아이들을 교과로 만나기에 앞서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만난다.
 
새로운 학교에서의 생활은 아직 낯설지만 ‘힘드시죠?’ 동료 선생님의 따뜻한 위로와 ‘선생님, 오늘 수업 짱이에요.’ 엄지를 치켜들며 해주는 아이들의 한마디에 힘이 난다.
3월. 아이들과의 한해살이 시작이다. 복도에서 만나면 더없이 환하게 웃으며 ‘사랑합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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