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근절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와

지난 1월 31일, 고용노동부는 ‘일경험 수련생에 대한 법적 지위 판단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인턴이나 연습생에게 임금은 적게 주면서 정식직원처럼 일을 시키는 등의 '열정페이(열정을 핑계로 낮은 임금을 주거나 원래 계약과는 무관한 일을 시키는 행위)'를 강요하는 사업주는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인턴에게 야간·주말근무를 시키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식비·교통비·복리후생시설 등을 지원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실습생, 견습생, 수습생, 인턴 등 교육과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일 경험 수련생’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구분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다음과 같다. 교육 프로그램 없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수시로 지시하거나, 특정한 시기나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근로자를 대체하여 활용, 교육·훈련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서 처음부터 노동력의 활용에 주된 목적이 있을 경우다. 이에 해당할 시, 근로자로 대우하도록 명시했다. 이렇듯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연장·야간근로를 시키는 등 사실상 근로자로 활용하면서 월급은 훨씬 적게 주는 등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는다. 특정시기에 업무가 집중되는 세무회계·법률·노무사무소에서 소속 근로자의 야근을 줄이려고 수습생을 쓸 경우, 호텔경영학 전공자를 인턴으로 활용하면서 수련과정과 관계없는 주차관리 및 청소만을 시킬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전공과 관련성이 낮은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에서 실습생으로 일을 시키고 학점을 따게 할 때도 이에 해당된다.

기업이 수련생을 활용할 때 적용할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됐다. 일정 비율만 채용해야 하며 수련 기간은 6개월을 넘길 수 없다. 업무의 난이도가 낮으면 두 달까지만 가능하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내로 일을 시켜야 하고 연장·야간·휴일 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재판까지 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사법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사법경찰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형사고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위반은 각 지방노동청 산하 근로감독관이 담당한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 등에 따라 관계 법령 위반의 죄에 대해 수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선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법을 어긴 업주에 대해 시정명령만을 내리고 사건을 끝낸다. 밀린 임금이 지급되면 해당 업주를 형사 고발하지 않는다. 상습적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도 과태료만을 부과하고 끝이다.

더 나아가 민간조정관도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근로자가 임금 문제로 지방노동청에 진정서를 내면 기업 인사 담당자 출신 등으로 구성된 민간조정관에게 접수된다. 민간조정관은 조정을 성립시킬 때마다 건당 5만원 상당의 성공보수를 받는다. 근로자가 형사 고소를 강하게 주장해도, 민간조정관이 오히려 사용자 편에서 근로자를 만류하며 밀린 임금 일부만을 받고 고소를 취하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징역형과 벌금을 규정한 현행법을 ‘2000만원 이하 과태료’로 바꾸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기도 했다. 시정명령 없이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해 즉각적인 경제적 제재 효과가 높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개정안대로라면 형사처벌인 징역형과 벌금형을 빼고 행정처분인 과태료를 넣었기 때문에 근로자는 형사 고소·고발을 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정부가 후원하는 국제행사에서조차 열정페이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열정페이 근절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영리 교육 사단법인 ‘드림터치포올’은 오는 5월 국내에서 열리는 유엔 주최 세계 NGO컨퍼런스에서 기획과 홍보 업무를 맡을 인턴을 모집했다. 이들은 이달부터 6월 말까지 약 4개월간 근무하게 된다. 초기에는 기획회의 등에 참석하는 비정기적인 업무를 맡지만 행사가 열리면 숙식을 같이하며 행사 지원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무국 관계자는 “행사 개최가 가까워지면 더 바빠질 수 있고 일정이 가능한 인턴들은 행사 개최 열흘 전 경주에 내려가 숙식하며 전일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근로를 제공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턴에게는 주어지는 것은 컨퍼런스 참가 자격 및 컨퍼런스 기간 내 숙식 제공이 전부다. 열정페이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다르게 무급인턴을 모집하고 있어 청년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사무국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고, 최종 선발된 인턴들에게 관련 법령 및 정부 지침에 근거한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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