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계/울음 명/개 구/훔칠 도

   鷄           鳴          狗           盜
닭 계      울음 명     개 구       훔칠 도

닭 울음 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뜻.
① 선비가 배워서는 안 될 천한 기능을 가진 사람.
② 천한 기능을 가진 사람도 때로는 쓸모가 있음의 비유.

삼복더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지금 복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닭고기와 개고기가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개고기하면 야만적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개고기를 먹는 역사는 인간이 개를 키운 역사와 거의 비슷하기에 너무 거부감을 가지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본 고사성어에서는 닭고기와 개고기를 소재로 하지 않고 닭과 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중국의 전국시대 중엽, 제(齊)나라 맹상군은 왕족으로 재상을 지낸 정곽군의 40여 명의 자녀 중 서자로 태어났으나 정곽공은 자질이 뛰어난 그를 후계자로 삼았다. 이윽고 설(薛) 땅의 영주가 된 맹상군은 선정을 베푸는 한편 널리 인재를 모아 천하에 명성을 날렸다. 수 천명에 이르는 식객들 중 문무가 뛰어난 자는 물론 도둑질을 잘 하는 이와 동물소리를 잘 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 무렵(B.C.298)맹상군은 진(秦)나라 소양왕으로부터 재상 취임 요청을 받는다. 내키지는 않았으나 제나라와 영토인 설을 위하여 수락한다. 그는 곧 식객들 중 몇몇을 데리고 진나라로 가서 소양왕을 알현하고 값비싼 *호백구를 예물로 진상했다. 소양왕이 맹상군을 재상으로 기용하려하자 진나라의 중신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전하, 제나라 왕족을 재상으로 중용하심은 진나라를 위한 일이 아닌 줄로 아옵니다.” 그래서 약속은 깨졌다. 소양왕은 맹상군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다. 원한을 품고 복수를 꾀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를 은밀히 죽이기로 했다. 이를 눈치 챈 맹상군은 궁리 끝에 소양왕의 총희(寵姬)에게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그녀는 엉뚱한 요구를 했다.
“내게도 진상한 것과 똑같은 호백구를 주시면 힘써 보지요.” 당장 어디서 그 귀한 호백구를 구한단 말인가. 맹상군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도둑질을 잘하는 맹상군의 식객이 나서서 밤중에 궁중에 침입하여 전날 진상한 호백구를 감쪽같이 훔쳐내어 총희에게 주었다. 소양왕은 총희의 간청에 못 이겨 맹상군의 귀국을 허락한다.

맹상군은 일행을 거느리고 서둘러 국경인 함곡관으로 향한다. 한편 소양왕이 맹상군을 놓아준 것을 크게 후회하고 추격병을 급파한다. 한밤중에 함곡관에 닿은 맹상군 일행은 함곡관의 문이 닫혀 나갈 수 없었다. 첫닭이 울 때 까지 관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행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동물소리를 잘 내는 식객이 민가쪽으로 사라지자 첫닭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동네 닭들이 울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깬 문지기들이 눈을 비비며 관문을 열어 일행은 그 문을 나와 말에 채찍을 가하여 쏜살같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호백구 : 여우의 흰 겨드랑이 털로 만든 모피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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