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마지막 수업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눈을 팔다 지각한 프란츠는 무거운 교실의 분위기에 어리둥절하다. 아멜 선생님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정장을 입고 오늘도 어김없이 지각하는 프란츠에게 야단을 치는 대신 부드러운 말투로 말씀하신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한 학기 마지막 수업을 준비하는 심정은 일상의 수업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오랫동안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고 2월에 마무리하는 한해살이에 익숙해 있지만 학기별 교육과정의 운영으로 2학기에는 수업 시간이나 담당 교사가 바뀌는 등의 많은 변화가 있다. 게다가 올해 처음으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까닭에 학기를 마무리하는 마음이 더 각별하다.
1학기 마지막 수업. 아이들에게 친구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모양으로 앉아달라고 요청하였다. 자리 배치에 반마다 역사가 담긴 이름이 있다. 5반은 ‘재호 자리’이다. 자연스럽게 원모양으로 앉게 되는 자리 모양을 보고 5반 아이들은 얼굴이 동그랗고 체격 좋은 재호를 떠
올렸다. ‘재호 자리’로 앉으라 하자 아이들의 표정이 환해진다. 선생님 얼굴만 보는 것보다 서로를 볼 수 있는 자리가 좋은 모양이다. 나도 아이들 틈에 끼어 앉는다.
아이들과 둘러앉아 ‘1학기 사회 수업을 떠올리면’, ‘1학기 우리 반을 떠올리면’ 이라는 주제로 다섯 글자 소감 나누기를 하였다. 다섯 글자 안에 아이들의 마음이 드러난다. 사회 수업을 떠올리면 재미있고 신나고 신선하다는 소감들이 반갑고 뿌듯하다. 힘들었고 피곤하다는 소감들도 귀 기울여 듣는다.
2반에서 아이들이 소감을 나누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한 명이 이야기할 때 아이들이 집중하고 경청하는 모습이 놀랍고, 선생님의 소감도 궁금하다며 마이크 그림을 그려 내미는 아이들이 고맙고 사랑스럽다. 지금 이 순간이 한 학기 중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하며 목소리가 떨려온다. 뭉클해 하는 나를 보며 다정이의 눈이 함께 촉촉해진다. 정 많고 마음 따뜻한 아이들이다.
학급을 떠올리며 말하는 소감은 더 다양하다. 수업은 학급을 단위로 이루어지고, 학급에서의 관계가 배움의 질을 좌우한다. 같은 교과서 같은 내용을 다루지만 매시간 새로운 까닭은 아이들이 다르고 학급의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학급 안에서 아이들의 관계가 좋을 때 배움이 가장 크게 일어난다.
소감나누기를 하고 더 친해지는 것을 목표로 학급 놀이를 했다.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아이디어를 내고 진행을 맡아한다. 눈 가리고 친구 찾기, 끝말잇기, 눈치 게임…. 다양한 놀이로 반 전체가 하나가 되어 즐겁게 논다. 아이들은 친해지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 반에서는 여름 방학 중에 건우가 전학을 간다. 마지막 수업 시간, 전학 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서운해 하는 건우에게 쪽지 편지를 썼다. 2학기에 수업이 바뀌는 선생님들께도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는 아이들 모습이 진지하다.
둘러 앉아 소감을 말하면서, 함께 놀면서,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쓰면서 아이들이 그물처럼 연결되면 좋겠다. 아이들은 관계 속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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