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수영할 줄 알아?”

그냥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던 무더운 여름날엔 엄마가 커다란 고무통을 샘가(수돗가)에 꺼내놓고 펌프질로 열심히 물을 받아서 우리 삼남매가 물놀이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쉼없이 펌프질하여 받아놓은 물은 얼음을 띄워놓은 것처럼 차디차므로 그 물속에 처음부터 들어가 놀기엔 추웠던 기억이 난다. 차가운 물이 미지근할 때까지 또 다른 놀이를 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우리들은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세재를 풀어 스트롱으로 부글부글 거품을 내며 비눗방울 놀이를 한 후 찬김이 가셨을 때 고무통 속으로 들어가 물놀이를 하곤 했다. 그렇게 한참을 물놀이한 후 허기질 즈음 엄마는 옥수수를 삶아놓고 기다렸다가 “엄마 배고파!” 라고 삼남매가 일제히 소리치면 옥수수를 간식으로 내어주시고 시원한 수박화채를 만들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셨던 어머니와 여름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어린이집 천사들과 물놀이를 즐긴다. 어린이집 현관 앞마당에 커다란 볼풀장을 꺼내놓고 물을 받아 반별로 물놀이를 하는데 볼풀장에 들어가기 전엔 물총놀이를 하기도 한다. 금년엔 실외 물놀이장으로 물놀이를 가기로 계획하였다. 많은 영유아들이 함께 사용하는 실외 물놀이장이므로 혹시나 안과질환이 생길까 염려되어 그동안 원에서만 물놀이를 즐겼는데 이번엔 물놀이장 사용을 맨 처음 하는 것으로 예약을 해놓아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었다.

떠나기 몇 일전, 물놀이장 관련 알림사항을 부모님들에게 문자로 보내드렸더니 처음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물놀이를 보내시는 부모님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물깊이는 어느 정도인가요? 위험하지는 않은가요? 도시락은 준비해야하나요? 하고 부모님들의 걱정이 많으셨다. 물론 그러한 걱정에 100프로 공감을 한다. 나도 내 자녀들 유치원 다닐 때 수영장에 간다고 하면 걱정부터 앞섰으니 말이다. 물깊이는 특별히 주문을 해서 4세 정도 기준 무릎아래 깊이이며 교사들도 모두 물놀이장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하므로 안심하셔도 된다는 답변을 드렸다.

수영장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너 수영할 줄 알아?”라고 물어보며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 쏟아지는 햇빛아래 실외수영장을 바라보니 벌써부터 시원한 느낌이 든다. 천사들과 수영하기 전 주의사항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몸 풀기 기본체조를 한 후 한 명 한 명씩 물놀이장으로 들여보냈다. 처음엔 어쩔 줄 몰라 그냥 서 있던 천사들에게 물총을 건네주면서 “우리 친구들과 재밌게 놀아볼까?”라고 말하며 교사들이 먼저 재밌게 놀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슬슬 장난기가 시작되었다. 수영복이 젖었다고 울고 있는 00이^^. 00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어서 물어보니 ‘쉬’ 마렵다고 대답하며 애써 참고 있던 기특한 00. 무섭다고 아예 물속에는 들어가지 않는 00... 그렇게 하하호호 즐겁게 1시간 30분 동안 물놀이를 즐긴 후 어린이집에서 준비해간 점심과 과일을 먹고 조금 쉰 다음 다시 물놀이를 30분 정도 하고 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보민이, 정윤이 상혁이 성혁이 등등 몇 명의 친구들은 수영장에서 나올 생각을 않고 놀이에 열중하고 있어서 “친구들 이제 어린이집 갈 시간이예요”라고 말해주었더니 “더 놀거예요”라고 대답하는 천사들. 아예 못 들은척하는 친구들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다음 주에 물놀이 또 할거예요”라고 말해주니 “네”하고 물속에서 나오는 천사들~ 원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무겁게 내려않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해 쌔근쌔근 짧은 꿀잠을 자는 아이들^^오늘도 무사히 원으로 복귀하는 내 마음은 나풀나풀 가볍기만 하다.

물놀이를 생각하면 어른인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물며 영유아들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나 물놀이를 좋아한다. 물은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투명하고 독특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자연물이다. 영유아들은 이러한 부드럽고 감촉이 좋은 물질인 물을 아주 친숙히 좋아하며, 탐색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물놀이는 특별한 놀잇감이나 놀이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연령층의 아동이 참여할 수 있는 놀이이다. 물놀이를 통하여 정서 발달과 인지발달을 얻을 수 있으므로 무더운 올 여름 사랑하는 내 자녀들과 재밌는 물놀이로 소중한 인생의 한 페이지를 펼쳐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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