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리슈빌 아파트 산책로에 탐스럽게 달려 있는 포도송이. 손을 타지 않고 대롱대롱 무사히 열려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게 먹음직스럽게 다 익으면 과연 누구의 입으로 쏘옥 들어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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