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서 코호트 격리된 아내와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편지로 대신한 가족의 사연이 있다. 뇌경색으로 대전 을지대병원에 입원한 60대 여성 환자는 같은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병원에 코호트 격리가 됐다. 병간호 하던 남편과 자녀도 집에 격리 조치됐다. 환자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내와 엄마를 위해 비통한 마음으로 임종 편지를 썼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가족이 편지로나마 아내와 어머니에게 마음을 전하는데 그 마음이 오죽할까......

 
마지막 가는 아내,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또 엄마는 아이들과 남편이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해당 편지는 16일 오전 10시 간호사들을 통해서 전달되었다.
“나와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얼굴 한번 보여주는 것이 이리도 힘들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 이 순간 편안하길 바라고 엄마 딸로 태어나서 행복했어요.” 간호사들이 목이 메어 울음이 터지는 바람에 세 명에 걸쳐 임종편지를 전달했고 그 순간 눈물바다가 됐다.
 
5시간 후 환자는 사망했고 병원 측은 가족에게 간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한 표정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통보했다. 메르스는 끝내 남편과 그리고 자식의 임종을 가로 막았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시체는 즉시 비닐로 감싸지고, 외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로 감싼 시체는 누출방지 시체 백에 이중으로 봉인되고
▲ 김민지(산남고)청소년기자
염이나 방부처리는 할 수 없다. 다른 시체 감염을 우려해 장례식도 치를 수 없고 24시간 내에 화장해야 한다. 망자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도 편치 못했다. 가족은 22일 격리조치 전까지 아내와 어머니를 보내드릴 수 없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도 가슴 아픈데 마지막 가시는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또 마지막을 같이 못한 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비통하고 참담할까 생각하니 그 고통이 느껴진다.
빨리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고 모두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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