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KBS 드라마, '후아유 - 학교 2015'가 16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후아유는 재작년에 방영된 '학교 2013'을 이은 KBS의 '학교 시리즈'의 여섯 번째 편으로 지난 두 달 동안 청소년을 주 시청자 층으로 확보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재작년의 ‘학교 2013’이 대부분의 평범한 청소년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문제 학생들의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번 학교 시리즈인 후아유는 청소년들의 학교생활에 가깝게 자리 잡고 있는 왕따 문제를 다룸으로써 ‘학교 2013’보다는 청소년들의 공감을 받을 여지를 더 마련했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까지 간접적으로 제기함으로써 학교 시리즈의 기획 의도를 완전히 반영했다.

 후아유는 서울에 있는 세강 고등학교를 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인 여고생 이은비의 이야기를 메인으로 주·조연 학생들의 아픔과 성장에 대해 다루었다. 이은비는 강소영과 그 친구들에게 항상 괴롭힘을 당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통영의 왕따 여고생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 때문에 그녀는 학교에서 퇴학까지 당하게 되고 억울함에 자살을 시도한다. 한편 이은비의 쌍둥이 언니, 고은별은 입양되지 못한 채 고아원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동생과는 달리 좋은 집안에 입양되어 세강 고등학교에서 모든 게 완벽한 선망의 대상으로 살고 있다. 은비가 은별의 존재를 모르는 반면 은별은 은비의 존재를 알고 있는데, 학교에서 통영으로 수학여행을 가게 되자 은별은 은비를 만나러 갔다가 은비가 괴롭힘을 받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녀가 자살을 시도하자 구해주고 사라진다. 은비는 자살 시도의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사라진 은별 대신 은별이로 살아가게 되는데 차차 기억이 돌아오게 된다. 그러던 중 과거 은별의 단짝 친구였던 정수인의 1년 전 사망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진실을 알게 된다. 은별은 수인과 단짝이었으나 수인이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걸 보고도 외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인은 계속 엎드려 있었으나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나서야 은별에게 발견된다. 학교 측에서는 사망 시간을 조작하고 목격자인 은별(은비)을 강제 전학시켜 사건을 덮으려 하는데, 때마침 소영까지 세강 고등학교로 전학을 와 은비와 은별이 바뀐 것을 알고 이것을 빌미로 학교 측에 은별(은비)을 퇴학시킬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더 이상 수인의 일을 피하지만은 않겠다며 돌아온 은별의 활약과 그 사건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책임을 지기로 한 선생님, 그리고 은비 자신의 정체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백으로 일은 잘 마무리된다.

 이야기 전개 자체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고아였던 두 쌍둥이 중 하나만 입양돼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든가, 더군다나 두 쌍둥이가 바뀌어서 서로의 삶을 산다든가 하는 것은 실제로 이런 일이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드라마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이런 낯선 전개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학교생활 자체이다.

 먼저 이은비의 왕따 생활. 첫 회부터 강소영의 생일 선물이라며 그 친구들이 은비에게 음식물을 쏟는데 은비는 묵묵히 견뎌낸다. 어딘가에 억울함을 호소하면 더 큰 보복이 기다릴 것을 알기에. 괴롭힘 당하고 참고 당하고 참고. 이런 악순환은 계속되며 그 과정에서 왕따 피해자 학생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더욱더 피폐해져 간다. 특히 은비와 같이 직접적으로 육체적으로 괴롭힘을 받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지만 있는데, 이런 학생들은 자살을 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왕따로 인해 자살한 학생들은 대부분 이렇게 악독하고 집요한 괴롭힘을 받다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은비만 해도 자살 시도를 했다.

 그 다음은 이 드라마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주요 포인트라고 해도 손색없는 정수인 사건이다. 정수인의 이야기는 이은비의 이야기보다 청소년들과 훨씬 더 가까이 있고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제일 주목해야 할 것은 '무관심'이다. 무관심이 결국 한 학생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고 그 발견마저 늦춰지게 하였다. 한 사람이라도 수인에게 안부를 물었더라면, 그마저도 안되면 그녀가 계속 엎드려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기라도 했더라면, 수인은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게 누군가의 관심이 닿았더라면 그녀는 살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 임세린(산남고) 청소년 기자
후아유에서는 무관심을 포함한 왕따 문제를 제기했고 드라마 내에서 직접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이끌어 내는 것은 청소년 그들 스스로의 몫이다. 정부 차원이나 사회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된다 해도 결국 그 문제의 근본인 청소년들이 바뀌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루빨리 청소년들의 의식 수준이 개선되고 왕따 문제가 해결되어 더는 학교에서 고통 받는 학생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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