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가 뭔지 알아?"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기억 안나..."


6월 6일 현충일을 전후하여 산남동은 아파트며 주택에 이르기까지 많은 태극기로 옷을 갈아입었다. 아침 운동 삼아 구룡산을 돌고 내려오는데 리슈빌 정문을 중심으로 빼곡히 들어찬 태극기에 왠지 가슴 뭉클함도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태극기만큼이나 무궁화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어린 시절 우리 집 앞 우물가에는 항상 무궁화가 있었다. 몇 그루 되진 않았지만 해마다 죽지 않고 살아서 나에게 꽃을 보여주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1학년 아들에게 물었다. “지후야, 무궁화가 뭔지 알아?”, “응, 예전에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 안나.” 8살 아들에게 무궁화는 너무 생소한 것이었다.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장미, 벚꽃 등 비교적 많은 꽃들을 알고 있지만 정작 나라의 꽃 무궁화는 모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들이 무궁화를 볼 일은 거의 없었다. 몇 해 전 미동산 수목원에 갔을 때나 보았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산남동에서는 10년 가까이 살면서 무궁화를 본 기억이 없다.

예전 어른들로부터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아 키우기 어려워.” 하는 소리는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궁화는 진딧물이 비교적 많이 생겨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무궁화는 진딧물에 강해 쉽게 죽지 않고 그냥 놔두면 무당벌레들이 나타나 모두 없애준다고 한다. 해로운 벌레들을 잡아먹는 무당벌레에게는 무궁화만큼 좋은 서식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이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무궁화는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열흘을 넘기기 힘들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무궁화는 그렇지 않다. 피고 지기를 100일 가까이 계속하기에 무궁화(無窮花:끝없이 피는 꽃)라는 이름도 지어졌다. 그 끊기로 인해 우리의 국화가 되기도 했다. 이런 무궁화가 우리 일상과는 너무 멀어져 있는 것 같다.

벚꽃, 유채꽃, 장미, 튤립 등 무수히 많은 꽃 축제가 국가나 지방의 후원으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꽃 무궁화는 너무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거창한 꽃 축제까지는 아니어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모습마저 잊혀져 가는 무궁화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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