刎(목벨 문) 頸(목 경) 之(갈 지) 交(교통할 교)
목을 벨 정도의 지경에도 생사를 함께할 친구.
아주 친한 친구사이

 
전에 완벽(完璧)이라는 고사에서 인상여(藺相如)의 기지를 볼 수 있었다. 이 인상여(藺相如)에 대한 고사가 하나 더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화씨지벽을 가지고 귀국한 뒤 인상여는 진에서 세운 공을 인정받아 상경(上卿)의 지위에 임명되지만, 앞서 숱한 전투에서 전공을 세운 용장 염파는 그의 이례적인 출세를 시기하며,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인상여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털어놓으며 "내 기필코 한 번 그놈을 만나 수치를 주고 말겠다"고 별렀다. 출세한 군인으로 늘 전장에서 생사를 오가며 진의 침공을 막아온 실적을 자부해온 염파였기에, 일개 환관의 식객으로 별다른 무공도 없이 말재주만 가지고 자신과 동격이 된 것도 모자라 지위가 자신보다 높아진 것에 염파는 불만을 느끼고 있었고, "반드시 그에게 수치를 주겠다"는 염파의 말도 정직한 그의 성격상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한들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를 알게 된 인상여는 염파와 만나지 않으려고 병을 핑계로 집에 틀어박혀, 입궐하는 것조차 염파가 없는 날만 고르려고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수레를 타고 외출한 인상여는 길에서 염파와 우연히 마주쳤고, 그대로 옆으로 숨어버렸다. 이러한 인상여의 모습에 실망한 종자들은 그날 밤 인상여에게 찾아가 "우리가 친인척을 떠나 나리를 섬기고 있는 건 당신의 높은 뜻을 존경해서였는데, 오늘 나리의 행동은 한낱 필부(匹夫)조차도 부끄러워할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전혀 부끄러워하지도 않으십니까. 더는 당신을 섬길 수가 없겠습니다."라며 항의했고, 듣고 있던 인상여는 "너희는 진왕과 염파 장군, 둘 중 어느 쪽이 더 무서운가?"라고 물었고 종자들은 당연히 진왕이라고 대답했다. 인상여는 "난 그 진왕을 꾸짖고 나아가 진의 군신을 욕보인 자다. 인상여가 염파 장군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는가? 생각해보라. 진이 조를 치지 못하는 것은 나와 염파 장군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와 장군이 다투면 둘 중 어느 하나는 반드시 크게 다치게 된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도 국가의 위급함을 개인의 싸움보다 우선으로 여겨서다."라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는 궁중에까지 널리 퍼지게 되었고, 염파는 깊이 부끄러워하면서 인상여에게 찾아가 그의 앞에 어깨를 드러내고 꿇어앉아, 등에 지고 온 가시나무를 내밀며 "이 천한 자가 당신의 관대하심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 이 채찍으로 원 없이 때려주시기 바랍니다. 당신께 지금껏 준 수모를 생각하면 그래도 부족하겠지만." 하며 속죄를 빌었는데, 인상여는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군이 있기에 조가 있는 겁니다."라며 용서했다. 더욱 감격한 염파는 "인상여,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목을 친다 해도 후회가 없겠소."라고 맹세했고, 인상여도 "나도 장군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을 치겠습니다."라며 맹세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위해 목을 친다 해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고, 이것이 「문경지교(刎頸之交)」, 「문경지우(刎頸之友)」라는 고사의 유래가 되었다.

▲ 김선욱(버블트리 커피숍 산남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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