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칭찬나무 숲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 조금은 어수선한 교실 교탁에 기대서서 아이들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둘러보면 나태주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재잘재잘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이들, 큐브 맞추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 흘낏 내 눈치 한번 보고 또 폴짝거리고 뛰는 녀석들... 아이들에게서 싱그러운 풀꽃향이 난다.

 
오늘은 우리 반 아이들과 사제동행 학급 행사를 했다. 아이들과 뭘 함께 해볼까 이리 저리 고민하다 요즘 잘 나가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름하여 ‘1학년 6반 냉장고를 부탁해~!!!’
모둠별로 계획을 세워서 모둠 간식을 만들기로 하였다. 메뉴를 결정하고 역할을 나누는 과정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머리를 맞대고 신이 났다. 좌충우돌 끝에 모둠별로 준비한 간식을 보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과일 화채에, 팥빙수, 주먹밥, 샌드위치, 무 쌈말이까지.. 아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했던가? 아옹다옹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이제 많이들 편해진 것 같다. 먹으면서 친해진다고 했던가? 이마에 송글송글 땀까지 흘리며 간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샌드위치 하나 들고 다니며 이 친구 저 친구 맛보라며 떼어주는 모습이 귀엽다.

 
모둠별로 만든 간식을 교과 선생님들께 쪽지 편지와 함께 가져다 드렸다. 소감 나누기에서 선생님들께 간식을 가져다드린 것이 뿌듯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 그 마음들이 고맙고 예쁘다.
간식 만들기와 함께 칭찬나무 만들기를 해보았다. 얼마 전 모범학생 표창을 할 때 친구들의 칭찬쪽지를 많이 받은 아이들을 추천했다. 표창 받은 아이들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 칭찬쪽지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다. 풀꽃을 보듯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이의 능력과 성품과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한 명 한 명 모두 칭찬받아 마땅하다. 아이들은 그동안 보아온 친구들의 모습에서 칭찬하고 싶은 성품을 찾아 스티커에 써서 붙여주고 친구들에게 받은 칭찬 스티커로 열매를 맺은 칭찬나무는 교실 사물함에 붙였다.
오늘 아이들 모두는 각자의 칭찬나무를 한그루씩 갖게 되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서 서로의 참모습을 찾아주고 북돋으며 살면 좋겠다. 지금 우리 반 교실은 풀꽃향 짙은 칭찬나무 숲이다.

▲ 추주연(수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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