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출/반드시 필/알릴 곡/돌아올 반/반드시 필/얼굴 면

 
나갈 때는 반드시 허락을 받고, 돌아와서는 얼굴을 뵙는다.

 ‘出必告反必面(출필곡반필면)’은 禮記(예기)의 曲禮上(곡예상)에 나오는 말로 孝(효)의 가장 기본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漢學(한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고리타분하게 보는 경향이 많다. 사람들의 시각이 왜 그러한가를 보면 어려서부터 매일 듣는 효도해라, 착하게 살아야 한다. 등의 사람이 살아가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학을 3갈래로 나눈다면 文(문학), 史(역사), 哲(철학)으로 나눈다. 이를 人文學(인문학)이라 볼 수 있는데, 인문학을 쉽게 보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라 하겠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도구의 사용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인간 이외의 유인원들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효도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모성애로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나 새끼가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라 하겠다. 孝鳥(효조)라고하는 까마귀도 있으나 사실 까마귀가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아니고, 어미 까마귀가 성장한 새끼 까마귀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옛 선인들이 착각해서 反哺之孝(반포지효)하는 고사가 나오기도 했다. 부모를 봉양하는 동물은 인간만이라 하겠다.

孝의 가장 기본은 무엇일까? 효의 기본은 부모를 걱정시키지 않는 것이라 하겠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은 언제나 걱정거리라 하겠다. 다 큰 자식이어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린자식으로만 보이는 것이 바로 자식이라 하겠다. ‘금이야 옥이야’하고 키운 자식만을 걱정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일 중 하나는 자신이 외출을 할 때 목적지 및 목적을 이야기 하고, 돌아와서는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시켜드리는 것일 것이다. 이는 아주 사소하면서도 쉬운 일이라 생각이 된다. 그런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아주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이다. ‘告’자는 ‘청할곡’이다. ‘청하다’라는 말은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디를 간다.’고 알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가도 되겠습니까?’하고 허락을 받는 것이다. 학교에 있을 때 학급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아이가 학원에 가야 하는 시간인데 학원에 안왔다고 전화가 와서 아이가 갈만한 곳이나 같이 있을만한 친구를 모르냐고 묻는 전화였다. 단순히 학원을 빠진 것이지만 단 몇 시간이지만 자식의 행방을 모르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근심에 쌓였겠는가?

돌아올 때는 얼굴을 뵈인다는 것은 내가 나가서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하면서도 낯빛을 가지런히 한다는 뜻이 포함된다. 밖에서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더라도 집에 들어 올 때는 낯빛을 평온하게 하고 부모님을 뵈어 걱정을 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은 자식의 낯빛만 보고도 자식 걱정을 한가득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초나라의 노래자라는 사람처럼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 나이 70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재롱을 부리지는 못하더라고 최소한 부모에게 걱정거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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