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징비록을 집필중인 류성룡(KBS드라마)
요즘 역사드라마 “징비록”이 큰 화제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징비록은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전 드라마 ‘정도전’의 큰 인기와 지난 여름 새로운 최다관객 기록을 수립한 명량의 관심, 거기에 김상중(류성룡 역), 김태우(선조 역) 등 최고의 배우들이 포진해 있는 이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왔다. 방영 후에도 임진왜란이라는 소재와 고증이 잘되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미 500여년이나 지난 임진왜란을 이순신 장군이 나타나 왜구들을 무찌르는 것에만 열중하는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21세기에 들어 국가 간의 국경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생겨나면서 많은 국가들이 과거보단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우호만을 생각하고 있는데, 물론 현재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미래 또한 중요하지만 과거까지 잊어버리는 안일한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아베총리가 이달 26일 방미하기로 했다. 이번 아베총리의 방미는 지금껏 방미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이번 방문은 전후 최초로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아베총리는 합동연설에서 무슨 말을 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황에서 일본정부가 방미를 위해 홍보하는 동영상을 보고 그 내막을 유추해 보았다.

▲ 뉴욕 KACE시민참여센터가 일본 아베총리의 의회합동연설 저지를 위해 의회신문인 The Hill에 전면광고를 개제했다. (15년03월18일자)
‘전후시대 국가건설’이라는 영상에서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발전은 일본의 원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위 영상에는 한국의 포스코, 지하철 1호선 개통사진 과 동남아 등의 사진자료가 나오며 일본의 적극적인 원조로 인해 전후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국가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이 골자인데, 세계2차 대전 때 많은 아시아 국가들을 황폐화로 만든 패전국 일본이 전후에는 아시아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병 주고 약주는’내용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난 27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베총리는 “위안부는 인신매매의 희생자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과거사를 반성하는 뉘앙스이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을 인신매매라고 표현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정부(군)의 문제가 아닌 민간차원의 범죄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합동연설 예정인 04월 29일은 진주만 공습을 결정한 히로히토 일본왕의 생일이다. 이러한 날 미국의 심장부에서 합동연설을 하는 아베가 20세기 과거사를 부정하고 21세기 새로운 방법으로 아시아를 제국주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는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베총리의 방미에 대해 많은 분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아베총리의 방미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다는 사람도 있다.

현재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이번사태를 ‘현대판 임진왜란’으로 보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인사회가 필두로 아베총리의 합동연설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힘쓰고 있다. 워싱턴 지역 단체장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연방 상·하원 합동연설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고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워싱턴 한인연합회(회장 임소정)와 페닌슐라 한인회(회장 변길웅), 워싱턴 재향군인회(회장 이병희), 대한민국 미 동부 재향군인회 여성회(회장 원미숙), 6.25 참전유공자회(회장 이경주),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이하 정대위·회장 이정실), 시민참여센터(상임이사 김동석) 등 단체장 등은 27일 워싱턴한인연합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대의회 로비를 펼치는데 반해 우리정부는 의회로비를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하고 미국 내 한인들이 필두로 연설을 저지하기위해 고군분투 하는 상황을 보면 가슴이 막막하기까지 하다.

500여 년 전 서애 류성룡은 징비록을 집필하며 후대들에게 이러한 참혹한 일을 겪지 않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징비록의 뜻을 모르고 그저 드라마에만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서애 선생은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기위해 징비록을 집필한 것이 아니다. 후대에게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자 집필 했으리라 본다.

500여 년 전 임진왜란과 100여 년 전 을사늑약 그리고 오늘날 아베총리의 합동연설 까지...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침묵으로 일관하며 무관심할 뿐이다. 과연 이 침묵은 누구를 위한 침묵이란 말인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줄 것인가? 모든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두 합심하여 일본과 아베총리의 제국주의 부활을 결단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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