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내가 처음 체스심판을 하러 서울 체스경기장에 갔을 때 약간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탁자에 줄지어 놓여 있는 체스 시계랑 체스경기 기물들 또 자연스럽게 부모님이랑 동행해서 부모님들은 관전하고 아이들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고 마치면 부모님께 달려가 재잘대는 모습이 참 자연스럽고 좋았다. 집에 돌아와 체스 관련 자료를 찾다가 1993년 미국에서 개봉한 ‘위대한 승부’라는 어린이 체스 성장 영화를 검색해서 보게 되었다. 미국 체스계에서 신화 같은 존재로 주목받는 바비피셔를 그리워하면서 그 뒤를 잇는 어린이 체스 천재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어린이 성장드라마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어른을 위한 드라마이기도 했다.
 영화 속 체스 경기장에서 그리고 서울체스경기장에서 본 약간의 긴장감과 집중감을 아이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었다. 남평초에서 수업하시는 이은주 선생님과 산남동에서 작은 체스 경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산남동작은도서관 협의회주최로 두꺼비친구들이 후원하게 되어 두꺼비 생태관 안에 위치한 도서관에서 지난 25일 체스경기를 갖게 되었다. 참가 인원을 20명으로 생각하고 그동안 산남초 샛별초에서 수업하던 친구들과 은주선생님이 수업하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고 인원이 모자랄 것을 걱정해서 은주샘 아들과 우리 아들을 예비 선수로 동행했다. 레몬커피가게를 운영하시는 휘수 아버님께서 행사후원을 위해 초코번을 들고 먼저 입장하셨다. 경기 내내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주셔서 감사했다.

경기는 10분 3게임으로 승자 승으로 진행되었다. 10분 경기이지만 한 경기당 30분 정도 걸린다. 이날 먼저 등록한 선수와 현장 접수한 선수까지 22명의 친구가 경기를 진행했다.

처음 진행하는 경기였지만 모두 즐길 수 있는 경기였다. 오늘은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 한 곳에 모여서 경기가 끝난 아이들은 서가에 가서 책을 보거나 친구 경기를 관전했다. 어른들이 좋은 자리를 마련하고 아이들이 충분히 즐겼으니 취지도 좋고 과정도 좋은 그런 행사였다고 평가해 본다.

경기가 끝나고 오늘 출전한 선수 중 가장 어린 산남초 홍석준과 신용원 학생이 오늘 참가비 일부를 구룡산 살리기 후원금으로 전달하며 행사를 마무리 했다. 체스가 산남동에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싶다. 우리동네 참 멋지다.

김영이 체스 강사(산남 푸르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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