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냉장고 비우기에 정신이 없다. 어느 방송에서 젊은 새댁이 나와 4년 동안의 절약으로 전기도 아끼고 1억을 모아  상도 받았다는 방송을 보며 많은 점을  반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환경을 사랑하고 아끼고자 주변 주민들과 노력을 하면서도 냉장고를 열 때마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방송을 본 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다 어느 방법이 빠르고 현명할까를 고민하다 인터넷 여기저기 검색한 글들을 모아 여러분들도 함께 냉장고 비우기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 자 적어 본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대형 할인점은 절반 가까운 숫자가 더 늘어났고 냉장고는 600리터 대에서 700리터로, 또 800리터에서 900리터로 용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냉장고가 급속한 대형화의 길을 걸은 것, 대량소비, 그 레일의 끝에는 속이 터져나갈 듯 꽉 찬 냉장고가 버티고 서 있다. 과거에는 냉장고가 인간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현대에는 냉장고를 바탕으로 대량생산·대량소비가 가능해졌고, 이 편리함은 되레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 같다.
 싸게 사고 쉽게 버린 음식물은 쓰레기가 환경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사회적 비용만 해도 한 해 몇 조 원. <욕망하는 냉장고>는 이런 현실과 대형화된 냉장고 사이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 통찰하게 해준다.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냉장고가 필요한 걸까?""심각한 저출산에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데도 냉장고 크기가 자꾸 커지는 까닭은 무엇일까?"가족이 늘어난다거나 음식이 너무 많다거나 하는 것은 2차적인 이유다. 냉장고가 자꾸 커지는 진짜 이유는 어찌 보면 참 단순하다. 너무나 많이 팔고 너무들 많이 사들이기 때문이다. 먹을꺼리가 충분한데도 자꾸만 덩치가 커지는 냉장고!
 마트는 최대한 많은 상품을 팔기 위해 인간의 동선과 시선을 고려한 배치와 색깔을 선택하고, '할인 판매' 같은 단순한 문구보다 '한정 판매' '오늘만 이 가격' '1+1' 등의 조건을 달아서 구매욕을 자극한다. 게다가 웬만큼 넣어서는 차지 않는 큰 쇼핑 카트는 또 어떤가. 천천히 쇼핑을 즐기도록 느린 박자의 음악까지 들려준다. 이 가운데 소비자는 살까 말까 갈등하다가 어차피 쓸 물건이니 쌀 때 사야지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다. "문제는 싸게 잘 샀다는 생각은 한 번의 좋은 기분으로 끝나지 않는다. 싸게 샀다는 생각은 횡재한 것 같은 쾌감을 주는데 그렇게 뇌리에 새겨진 쾌감은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그 쾌감을 계속 맛보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대형마트를 찾게 되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횟수는 늘어나고 냉장고에 쟁여두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욕망하는 냉장고’ 책에서 본 내용이다)<욕망하는 냉장고>는 이처럼 냉장고에 보관되는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건강·질병·과학기술·경제적인 가치·전 지구를 지배하는 시스템의 문제·현대인의 욕망과 습관 그리고 그 습관과 시스템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생활비를 줄이고 싶은 이들에게 '냉장고 비우기'를 권하기도 한다. 음식 재료비 즉 식비 지출이 굉장히 과잉됐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냉장고 크기는 커지고 그 속에 음식 재료가 가득한데도 어쩐지 먹을거리가 없는 것 같은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고, 결국에는 외식을 하거나 또 다른 재료를 구입하러 간다. 이런 식의 행동을 보면 '지금 뭔가에 홀린 듯이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먹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라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하는 것이다. 마트 가는 횟수와 냉장고 채우는 방식만 개선해도 통장 한 개가 늘 것이라니 실천 해 볼만한 계획일 듯 하다. 우리 농산물을 가까운 작은 친환경 동네 매장에서도 많이 판매하는 것을 보았다. 그 날 그 날 한 끼 꺼리로 그 작은 매장의 냉장고를 이용한다면 우리나라의 전력도 엄청 절약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오늘 부터 작은 냉장고를 선호하는 주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진숙 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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