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타운사람들

안재영 변호사(법률사무소 유안) 
최근 성범죄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및 사회적 제재를 요구하는 여론이 드높다. 2008. 12. 11. 대한민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교회 안의 화장실에서 조두순이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조두순은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확정되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에 형량이 지나치게 적어 이에 대해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광주광역시의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도가니(이후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음)가 2008년 11월부터 2009년 5월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6개월 동안 연재되었으며, 2009년 6월 책으로 출간되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잇따르는 성범죄(특히 아동대상성범죄) 속에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 갔고 법원은 이에 맞추어 성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시켰으며 국가 역시 각종 법률을 제정하여 성범죄에 대한 제재조항을 신설하는 등 이와 관련된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

성범죄가 피해자에게 미치는 정신적·육체적 영향을 감안한다면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통해 성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동의할 것이며 법조인들의 시각 역시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단호한 대처가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지에 대해서 는 약간의 온도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듯 하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는 어린이집, 유치원, 보육원, 학원, 학교 등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에 10년간 취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일견 당연하고 합리적인 제한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래 사례를 살펴 보자. A씨는 학원에서 학원교사로 근무하던 중 동료교사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여교사 B씨에게 지나치게 몸을 밀착시킨 상태로 춤을 추었고, 그 결과 강제추행죄로 벌금 70만원에 처해져 8년간 근무했던 직장을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다른 직업들을 살펴보면 국가공무원은 재직 중 횡령죄 혹은 배임죄로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교육공무원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대통령, 국회·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선거범·정치자금법위반·뇌물죄 등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아야 그 자격이 상실된다. 결국 강제추행죄로 벌금 70만원을 받은 A씨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공무원이나 대통령, 국회·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되는 자격에는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성범죄로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는 어떤 이견도 없을 것이나 성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강조한 나머지 벌금형의 하한을 정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의 다른 어떤 직업이나 자격보다도 엄격한 취업제한사유를 규정하게 된 것이다. 필자도 위 A씨 사례를 통해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고 위 취업제한에 관련된 법률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며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재와 같은 사회분위기에서 성범죄자들에 대한 취업제한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주장에 대해 많은 사회 구성원들은 찬성하지 못할 수 있으며 오히려 더욱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률가도 감정을 지닌 사람이기에 특정 사회문제에 대해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공감하게 된다.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는 모든 법률가도 하나같이 분노의 감정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처는 항상 헌법 및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 져야 할 것이며 감정에 치우지지 아니하고 이를 지적하여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률가에게 맡겨진 사회적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안재영 변호사(법률사무소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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