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이 없으면 산남동도 없다

 

 

 새해 벽두부터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한범덕 청주시장과 임기중 시의회 의장을 만나고 왔다. 구룡산 난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법원 뒤편 구룡산 개발이 야기할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청주시가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 도시숲 구룡산의 난개발을 규제하면 주민들도 트러스트 운동 등 구룡산 보호 활동에 참여하겠노라 하는 다짐도 전해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 법원 뒤 구룡산 개발 예정지 토지주들이 두꺼비생태문화관으로 몰려와 언성을 높이고 ‘두꺼비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지, 법적 절차를 밟겠다’ 등등 온갖 으름장을 놓고 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애초에는 포함되지 않은 면적까지 개발 예정지로 포함시켜 강행 운운했다는 소식에 아연실색했다.

그런데 토지주들이 말한 ‘두꺼비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지’라는 주장은 편협한 시각이며 심지어는 시대착오적인 의견이 아닐 수 없다. 6년전부터 산남동에 입주가 시작되고 구룡산과 두꺼비생태공원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정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두꺼비가 마을을 살렸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마을 주민들 입장에서는 두꺼비와 사람이 별개가 아니라 두꺼비가 살아야 주민들도 살고 마을도 산다는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두꺼비는 이젠 양서류의 일종을 넘어 우리 마을의 구심적인 상징물이 되었고, 구룡산은 두꺼비 서식지 외에도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누리는 안식처이자 자라나는 아이들의 푸르른 영혼을 키워주는 ‘어머니산(母親山)’이 되었다. 그래서 구룡산이 어느 한 개인이 소유하는 산이 아니라 마을 주민 누구나가 공유하는 산이 되어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공감대가 바로 주민들이 구룡산 난개발을 반대하고, 특히 법원 뒤편 구룡산 개발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어머니산’ 구룡산이 파괴되고 있는데 그 어떤 주민이 가만히 있겠는가!

이런 마을 분위기를 토지주들과 개발업자가 반드시 알아주었으면 한다. 만약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무리하게 재산권만 앞세운다면 구룡산과 더불어 살기 좋은 마을을 가꾸어가려는 대다수 주민들의 애향심을 무참히 짓밟는 심각한 모순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토지주들이 행정소송이라는 법적 절차를 밟는다 해도 승소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 그들의 무분별한 개발 이익 추구는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것 외에도 마을주민들이 품고 있는 애향심(愛鄕心)을 말살하는 ‘비윤리적인 이익 추구’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지금 법원 뒤편 구룡산 개발의 본질은 토지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이 먼저냐 두꺼비가 먼저냐’가 결코 아니다. 그들의 논리대로 말한다면  ‘돈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혹은 ‘마을이 먼저냐 돈이 먼저냐’이다. 이런 점에서 구룡산 난개발 해법은 간단하다. 개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청주시가 시급히 산남동 주민들의 애향심을 청주의 녹색 정책의 동력으로 삼아 도시숲 구룡산을 살리면 되는 것이다.

조현국(산남 두꺼비생태마을 한내들 주민)

저작권자 © 두꺼비마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