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원근 변호사
조직생활의 윤활유,  산악회

우리 법무법인의 직원은 모두 28명이다. 로스쿨 출신으로 연수를 받고 있는 2명의 변호사를 포함한 숫자다. 직장에서 각자 주어진 업무를 맡아 하다 보면, 직원들 서로 간의 소통이 쉽지 않다. 물론 휴식이나 회식 시간을 통해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업무의 연장으로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서는 아무래도 내 마음을 다 내어놓기가 어렵다. 이렇게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회사 분위기에 윤활유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산악회다.

우리 산악회는 2년 반 전에 생겼다. 매달 두 번째 주 토요일마다 산행을 하는데, 어느덧 23차까지 진행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충남 홍성에 있는 용봉산(381m)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20명이나 참여했다. 용봉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기암괴석들이 많고 산세가 수려하다. 산에서는 탁 트인 풍경만큼이나 마음도 트여서 서로 간의 대화가 격의 없고 자유롭다. 사무실에서 나란히 책상을 두고 일하는 두 사무장은, 몇 년을 같이 일하고도 서로 존대를 하였는데, 산행을 하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직원들 간의 관계에 유익함이 있다 보니, 우리 산악회는 ‘전혀’ 강제성이 없음에도 매번 15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산행을 마치면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글을 써 회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는데, 그렇게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바라보면서 역사를 느끼고 있다.

회원들의 산행실력도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선두와 후미 간의 격차가 컸는데, 지금은 크게 뒤처지는 회원이 없다. 산악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소 무리하지 않는 태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종주했다. 참여한 15명 가운데 종주 경험은 나밖에 없었고, 지리산을 다녀온 회원도 2~3명에 불과했다. 걱정은 되었지만 그동안 산악회 경험을 믿고 나섰다. 조치원서 밤기차를 타고 구례구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성삼재까지 간 다음 새벽 3시경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야간산행은 대부분 처음이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잦은 휴식으로 달래주면서, 까만 밤을 뜬 눈으로 보내고, 산 능선에서 맞는 아침은 무척이나 상큼했다. 봉우리를 넘고 넘으며 능선을 타는데 몇몇 회원은 굉장히 힘들어했지만 낙오는 없었다. 두 번째 밤은 세석산장에서 보냈다. 미리 산장에 예약이 된 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밖에서 비박을 했다. 밤하늘의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눈으로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하산할 때까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다 완주에 성공했다. 막걸리 하산주를 마시는 회원들 얼굴에서 뿌듯함과 함께 다른 회원들에 대한 동지애를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산악회의 특징 중 하나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도시락은 집에서 싸오고 컵이나 수저 같은 것들도 다 스테인리스스틸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것을 사용한다. 산악회를 시작하면서 산행을 할 때마다 쓰레기가 상당히 나오는 것을 보고, 등산용 컵과 수저집을 사서 회원들에게 돌렸다. 생태를 위한 작은 실천은 자연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마음도 예쁘게 가꾸어준다.

우리 법인에서는 산악회 말고 또 하나의 소통 창구가 있다. 도시락 점심 모임이다. 7~8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도시락 모임의 장점은 비용을 절약하고, 과식을 하지 않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유익함은 직원들 간에 자유롭고 유쾌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건물 옥상에서 내가 기른 상추로 삼겹살을 구어 먹었다. 이때는 모임의 구성원 아닌 직원들도 참여했다.

직원들은 말한다. 산악회가 생긴 후 회사에 훨씬 더 활기가 생기고 직원들 간의 단합도 잘 되고 있다고. 정말로 산악회는 우리 법인이 무리 없이 나아가도록 하는 윤활유다.

                                                                                                         /오원근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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