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항상 봄은 바람으로 시작 하나 봅니다.

요 며칠 사이 겨울바람 보다 세찬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끝이나 대지위에 웅크리고 남아있는 겨울 추위를 날려 버리려는 듯....

따스한 봄바람이 우리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면 세상은 어느새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들로 어우러져 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보면 바람의신 제피로스의 아내는 꽃의 신 플로라입니다.

남편이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면 뒤를 따라 아내가 꽃을 피운다고 그들은 생각 했나 봅니다.

그런 바람의 신이 사랑한 꽃이 있습니다. 영명(英名)으로 wind flower 라고 하는 아네모네입니다.

우리나라의 야생화로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도 아네모네의 한 종류입니다.

유럽인들이 장미와 튜립 다음으로 좋아하는 꽃입니다. 아네모네는 바람이란 뜻의 그리스어인 아네모스 에서 나온 말입니다. 아네모네는 원래 꽃의신 플로라의 시녀였습니다.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신 제피로스가 아네모네와 사랑에 빠지자 아네모네를 플로라가 꽃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미의 여신 비너스의 가슴에 그녀의 아들 큐피트가 장난으로 화살을 쏘았습니다. 화살을 맞은 비너스는 처음 눈에 보인 미소년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아도니스는 사냥에 나갔다가 멧돼지에게 죽고 맙니다. 이를 슬퍼하던 비너스는 아도니스의 붉은 피에 신들이 마시는 술을 떨어뜨려 아도니스를 꽃으로 만들었습니다. 훗날 사람들은 이 꽃을 아네모네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도 붉은 아네모네의 꽃잎을 보면 꽃잎 안쪽이 하얀색을 띠고 있는데 이것이 신주(神酒)가 떨어져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의 전래꽃이 아니기에 꽃에 대한 전설에 그리스.로마신화가 자주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그 시대부터 꽃말이 생기고, 꽃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서 라고 합니다.

 

아네모네는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좋은 곳에서 관리하면, 꽃을 한번 피우는 보통의 구근식물과 다르게 개화기간 동안 계속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 이므로 추위에는 강한 편이 아닙니다. 잎모양이 우리의 할미꽃과 비슷해서 꽃이 피기 전에는 할미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6월 쯤 잎이 누렇게 시들게 되면, 구근을 캐어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그늘에 보관 했다가 9~12월에 다시 식재 하면 됩니다.

아네모네는 구근이 가지고 있는 영양분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구근으로 잎을 나게 하여, 잎에서 하는 광합성으로 꽃을 피우게 합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계속 꽃을 보려면 햇빛이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얼굴이 네모난 사람을 아네모네라고 한다지요. ‘아! 네모 네’ 라고.

우리에게 이름은 무척 익숙한 꽃이지만 정작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는 꽃.

봄바람을 타고 왔다가 봄바람과 함께 져 버리는 꽃.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보고 싶어 처음으로 달려 가는 꽃.

wind flower. 바람꽃. 애처러운 아네모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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