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본 영화 중에서 유독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소피아 로렌 주연의 <sun flower(해바라기)>라는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전쟁으로 헤어진 젊은 연인의 잃어버린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영화를 볼 땐 이 영화가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 했지만, 지금 다시 본다면 어느 정도 공감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크라이나의 들판 같기도 하고, 언덕 같기도 한 구릉지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의 모습이었습니다.

해바라기의 꽃말이 ‘그리움’ ‘당신만을 바라보며 살겠습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땐 해바라기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소피아 로렌의 눈물어린 커다란 두 눈이 말하는 것도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아! 저래서 제목이 해바라기인가보다 라고 단순히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이름처럼 해만 바라보는 것에서 왔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면 해바라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한 물의 요정이 있었습니다. 요정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아폴론을 그리워하며, 아폴론의 불의 마차가 동쪽에서 나와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꽃이 되었습니다. 그 꽃이 바로 해바라기이며, 아직도 태양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바라기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아메리카 인디언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그들은 노란색의 해와 같은 해바라기의 꽃을 ‘태양의 꽃’ ‘황금 꽃’으로 불렀습니다. 해바라기의 꽃잎 하나하나는 독립된 꽃들이며, 이 작은 꽃들이 모여서 커다란 한 송이 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 같은 꽃을 두상화 라고 합니다.

한 송이의 해바라기에서는 보통 1000 여개의 해바라기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해바라기 씨앗은 식용뿐 만 아니라 기름이 20~30% 정도 들어 있어서 윤활유, 등유, 식용유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 같은 덩어리는 사료와 비료로도 이용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줄기는 땔감이나 가축사료로 사용됩니다.

해바라기는 배수가 잘되는 양지에서 잘 자라지만, 계속해서 재배하면 인삼과 같이 연작장애를 일으킵니다. 몇 년간 알파파나 크로바 등 콩과식물과 같은 작물을 재배 했다가, 다시 심는 윤작이나 토양소독을 해 주어야 합니다. 지금은 이런 식용의 재배 목적 외에도 꽃의 아름다움 때문에 정원이나 화단, 도로 등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되고 있습니다. 해바라기는 평생 해를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어릴 때 만 해를 향하고 줄기가 튼튼해지면 해를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의 요정이 해바라기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하는데 9일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닙니다.대부분의 식물들은 광합성을 잘하기 위하여 해를 향해 움직이는 굴광성(屈光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을 키우다 보면 나무들이 창가를 향해 기울어져서 식물의 모양을 똑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화분을 가끔 돌려주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를 향해 바라보는 삶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서로에게 해바라기가 되세요. 나는 당신의 해바라기, 당신은 나의 해바라기.당신이 항상 태양이기를 고집하다간, 땅을 향해 고개 숙인 해바라기를 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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