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을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

안 개 꽃

 

혼자서는 웃는 것도 부끄러운 한 점 안개꽃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가

장미나 카네이션을 조용히 받쳐 주는 기쁨의 별무더기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은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이여.

 

 

2004년 출간된 이해인 수녀님의 꽃시집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중에 나오는 안개꽃에 대한 시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안개꽃이 없는 꽃다발은 꽃다발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사람들은 안개꽃을 좋아합니다.

자기가 나서기 보다는 뒤에 숨어서 다른 꽃들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세상의 소금같은 꽃이기에 그런가 봅니다.

안개꽃은 석죽과의 한해살이 풀이지만 최근에는 뿌리가 월동하는 숙근 안개초도 많이 재배 되고 있습니다.

원산지는 카프카스 산맥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흑해와 동쪽으로는 카스피해를 두고 있는 카프카스(또는 코카서스라고 함)지방입니다. 이 카프카스지역은 서양과 동양의 경계이며, 유럽과 아시아의 중동,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경계지역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체첸사태로 인해 여행제한지역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개꽃은 조경을 할 때 암석정원에 안개가 낀듯한 효과를 주고, 다른 식물과의 경계선을 표시했던 꽃이기에 안개낀 듯 불안정한 지역정세와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이 지역 특성이 안개꽃에 잘 나타 나는 것 같습니다.

안개꽃의 학명은 Gypsophila 인데 깁스할 때 쓰는 석고라는 뜻의 gypsum 과 좋아하다 라는 뜻의 phila(필라)의 합성어라고 합니다. 안개꽃이 석회질토양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석고처럼 하얗다고 해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baby's breath 라고 합니다. 추운날 어린이의 입김처럼 연약하고 하얀것이 비슷해서 그렇게 보았나 봅니다. 또 중국인들은 하늘의 별처럼 꽃이 많다고 해서 인지 만천성(滿天星)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무화(霧花)라고 한다고 합니다.

똑같은 꽃을 나라마다 다른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꽃을 보거나 열매를 목적으로 키우는 화초들은 대부분 햇빛을 좋아하고 통풍이 잘되어야 하는 것처럼 안개꽃도 통풍과 햇빛이 좋아야합니다.

깨끗한 마음, 기쁨이라는 꽃말을 가진 안개꽃.

안개꽃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안개 걷힌 날처럼 기분좋은 세상만 있을 것 같습니다.

서충원(‘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대표/ 산남칸타빌2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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