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라. 불경하게도 음식을 쓰레기라 말하다니, 조상님이 들으시면 경을 칠 일이다. 밭에서 뽑은 농작물로 필요한 음식을 그때그때 준비했던 조상에게 음식쓰레기라는 말은 당치 않았다. 남은 음식을 부뚜막에 잠시 보관하던 조상은 99방울의 농부 땀이 스민 쌀 한 톨과 푸성귀 한 잎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건만, 농작물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고 부엌과 냉장고가 커진 만큼 비만이 늘어난 요즘은 예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2009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하루에 1만 4천 톤의 음식쓰레기가 발생하고, 그 처리를 위해 연간 8천 억 원의 세금이 동원된다고 환경부는 최근 부리나케 발표했다.

1만 4천 톤의 음식쓰레기는 가정에서 배출되는 걸까. 음식쓰레기의 가구 별 종량제를 준비하는 환경부는 발생량 20퍼센트를 줄여 1600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하면서 생뚱맞게 음식쓰레기 감소 덕분에 사회와 경제적 이익이 5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여태 위기의식을 보이지 않던 환경부가 5조 원의 이익을 내세우면서까지 음식쓰레기 발생을 줄이려 갑자기 나선 건 2013년부터 바다에 음식쓰레기를 버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를 같이해 주부들에게 종량제 동참을 종용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있다. 쓰레기매립장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처리 못한 음식쓰레기가 거리에 방치돼 악취와 위생상의 문제 뿐 아니라 걷잡을 수 없는 민원을 유발할 수 있는 까닭일 게다.

정부는 음식쓰레기 발생을 줄이면 지구온난화현상을 그만큼 완화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그 책임을 식구들의 건강을 염려해 좋은 음식을 장만하려 애쓰다 음식을 조금 남기는 주부가 몽땅 떠맡아야 하나. 대부분의 주부는 남기는 음식을 바로 버리지 않고 냉장고에 보관한다. 크고 작은 식품회사처럼 생산 과정에서 막대하게 발생하는 쓰레기를 막무가내로 버리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보아도 그렇다.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하는 육류와 그런 육류의 수입을 자제하는 편이 음식쓰레기 발생 감소로 완화되는 정도를 크게 초월한다. 대규모 선박이나 비행기로 수출입하는 과정에 상당한 석유를 소비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운송용 석유는 육류의 생산에 들어가는 석유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에 불과하다.

식구와 밥상에서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린다는 건 분명히 불경한 노릇이므로 가정도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게 당연히 낫다. 부득이한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주부들은 평소 음식쓰레기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지만 그래도 줄일 여지가 있다면 줄이는 게 좋다. 냉장고의 크기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면 음식쓰레기는 줄어든다. 남기지 않을 만큼 음식을 준비할 테고. 식재료도 필요 이상 사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작물도 음식이다. 농사를 짓는다면 좋겠지만 도시에서 거의 불가능할 테니 논외로 치고, 근처에 텃밭이 있다면 음식쓰레기는 그만큼 줄어든다. 가공 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적다. 농작물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고 운송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정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알뜰살뜰한 주부를 닦달하기 전에 기왕에 배출된 음식쓰레기를 사료로 가공하거나 바이오연료에 이은 유기질 퇴비로 활용할 수 있는 분명한 기술을 내놓아야 옳다. 그래야 음식쓰레기를 줄이려는 주부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 이전에 정부는 제철 제고장 음식으로 자급할 수 있는 여건의 회복에 전력을 다해야 할 뿐 아니라 육류를 포함한 가공식품의 수입을 가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음식쓰레기와 축산 폐기물의 해양투기 단속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그와 같은 일련의 노력 없이 그저 주부에게 음식쓰레기 줄이기를 요구하는 태도는 주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몰염치한 행정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

박병상(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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