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차 없으면 살기 힘들겠어요”

지난 주 금요일, 친한 후배가 우리동네 왔다가 택시타고 가면서 나에게 한마디 던지고 간다. 뜨금하다. 후배 말처럼 우리동네는 차 없으면 살기 힘들다. 기름값이 2,000원에 육박해도 감히 승용차를 ‘버릴’ 생각조차 못한다. 마을에서 가까운 충북대에 가려고 해도 버스 탈 엄두도 못내는 불편한 대중교통 현실 속에서 주민들은 살고 있다. 20~30분을 기다려야 버스가 오고, 탔더라도 직접 안가고 우회해서 가니 버스타고 어디론가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동네에는 왜 버스가 20~30분만에 올까? 분평동, 충북대 등 동네 인근에 직접 이어지는 버스 회차가 적은 이유는 무얼까? 그 이유를 지난 12일 주민과의 현장 대화에 나온 한범덕 시장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 시장은 산남동 주민과의 간담회(관련기사 8~9면)에서 버스 등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녹색수도 청주’를 구현하는 중요한 사업이라 역설하면서 ‘푸른숲’ 청주를 구현하려면 반드시 대중교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인구가 67만에 근접해가고 가구수가 25만인데, 승용차 숫자는 24만 7천7백대가 넘은 청주의 교통현실을 지적하면서, 이 많은 승용차 인구가 손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 체계를 바꾸는 것은 경제적,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청주의 버스 노선의 문제점도 거론됐다. 지금 청주 시내버스는 모두 347대인데, 이 버스 94%가 육거리-내덕7거리, 상가공원에서 가경터미널에 94%가 몰려 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산남동에는 버스가 20~30분 기다려야 올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버스 교통체계가 이처럼 불편하니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말을 선뜻 못한다고 한 시장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각도로 연구해서 누구나 어느 곳에서든지 편하고 손쉽고 빠르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 시장의 이 같은 이야기를 들으니 귀가 번쩍 열린다.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 시내버스를 타는 주민들도 늘어날 것이다. 우리동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분들 가운데 버스타고 출퇴근하는 분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승용차 이용이 적어지면 그 동안 마을현안이 되어 왔던 불법주정차 문제도 해소되어 우리동네가 ‘쾌적’한 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이 같은 미래를 상상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한범덕 시장을 비롯한 시청 관계자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중교통 활성화가 가능할까...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내버스 구조적인 개편도 중요하지만 맹목적인 승용차 이용 습관에 물들어 있는 ‘나’의 의식을 바꾸는 일도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 ‘나’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동네를 쾌적하게 해 줄 대중교통 활성화도 요원한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젠 맹목적인 승용차 이용 습관을 바꿔야겠다. 먼지가 잔뜩 쌓여 있는 자전거를 꺼내 손질 좀 해서 자전거를 타는 습관을 들어야겠다. 승용차 없이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이웃들과 함께 ‘희망의 페달’을 밟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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