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3월의 어느 새벽 굴착기를 앞세워 우리 아이들의 운동장 흙이 파헤쳐지고 있다는 소식에 학교로 달려갔던 일...
운동장의 흙은 뒤집혀 있었고 몇 몇 학부모가 항의를 하며 굴착기 앞에 서 있었던 모습. ‘굴착기의 요란한 소리’ 다시 작업하려는 그 순간‘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나 또한 본능적으로 말없이 굴착기 앞에 섰고, 안타까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던 그때. 이렇게 시작된 엄마로서의 작은 소망을 가진 몸짓은, 넘어야 할 커다란 산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아이들을 생각하는 그 일념으로 한발 한발 인조잔디 반대에 매달렸다.
“엄마! 인조잔디에서 잘못 미끄러지면 화상을 입는대.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봤어~”“지구가 아프면 안되는데”하고 걱정하는 우리 민규를 통해 ‘인조잔디가 이런 문제점이 있었구나’하고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인조잔디의 찬반을 묻는 학교설문지를 받게 되었고 민규의 말대로 당연히 반대의 의사표현을 했다. 만약 우리 집 꼬마에게 이런 말을 듣지 않았다면 편리성과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에 찬성에 동그라미를 그려서 보냈을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샛별초 인조잔디 조성사업은 학부모들이 올바로 알아야 할 권리와 선택권으로부터 처음부터 철저히 소외된 채 진행된 것이었다.
관행대로 추진되는 무책임한 밀어붙이기식 교육행정을 보면서 거꾸로 돌아가는 현실에 분노가 일어났다. 운동장 공사장에 천막을 치고, 시?도교육청 항의 방문을 가고, 거리문화제를 열면서 생명의 꽃씨 나누기 행사를 하는 가운데 인조잔디 강행의 부당성을 알리고 학부모?지역주민에게 선택권을 보장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막혀 샛별초 운동장엔 인조잔디가 깔렸다. 법원 조차도 샛별초 인조잔디조성 사업이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피고(청주교육지원청)측의 손을 들어주어 학부모들의 인조잔디조성사업 취소 소송을 ‘각하’처분했다.
하지만 샛별초 인조잔디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지난한 싸움은 크나큰 성과를 얻었다. 학부모들이 단결된 힘으로 인조잔디에 대한 반대를 명확히 한 점, 그것을 기반으로 '선거혁명'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조잔디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다수 샛별초 학교운영위원으로 당선되었고 학부모회장에도 당선됐다. 이런 결과는 인조잔디를 반대하는 학부모가 소수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려줄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민주적인 역량으로 인조잔디 반대 싸움을 합법적 영역 공간으로 옮겨간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참여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매우 귀중한 가치로서 기존 충북 교육계의 관성에 제동을 걸었다. 약자적인 입장에 있던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은 향후 교육행정이 관행처럼 일처리를 하면 안 되다는 것을 환기시켜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싸움에서 청주교육지원청 담당자들로부터 이끌어낸 막판 협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인조잔디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회의록이라는 형식으로 나마 문서로 남기고 합의한 것은 공무원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로써 학부모들과 상생하려고 하는 용기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샛별초 인조잔디 사태를 겪으면서 충북 전체에서 인조잔디 조성 사업이 줄어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외부의 평가다. 청주권은 인조잔디 사업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시민들에게 인조잔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본 계기를 샛별초 학부모들, 정말 고생 많았고, 자랑스럽다. 

 

박은경 (샛별초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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