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들의 여왕 -


짙은 향기와 아름다운 꽃모양에 아이러니한 날카로운 가시! 꽃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라도 장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지금 이 시간 어디에선가, 어떤 젊은이가 붉은 장미를 들고 사랑하는 아가씨에게 청혼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장미는 단순한 꽃이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꽃말 역시 ‘사랑’입니다.
영국(잉글랜드)을 비롯한 루마니아, 불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여러 나라가 장미를 국화(國花)로 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프랑스와의 백년전쟁후에 왕권을 둘러싼 붉은 장미의 문장을 쓰는 랭커스터가(家)와 백장미를 문장으로 쓰는 요크가(家)사이의 30년간의 전쟁을 장미전쟁이라 하여 유명한데, 1485년 두 가문사이의 헨리7세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으로 인한 ‘튜터왕조’가 세워지면서 장미전쟁은 막을 내립니다.
두 가문이 적색장미와 백색장미를 교배한 장미를 ‘튜터왕조’의 문장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이 문장은 현재까지도 영국왕실의 공식 문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유명한 장미라지만 장미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은 장미가 햇빛을 좋아해서 하루 6시간이하의 일조량하에서는 키우기 힘든 꽃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줄기가 약해지고, 잎도 병에 잘 걸리며, 꽃도 잘 피지 않고, 꽃색도 흐려진다면 이것은 분명히 햇빛이 부족한 실내에 두고 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가 잘 드는 양지쪽으로 옮겨 주시고, 물이 마르지 않게 주면 잘 자랄 것입니다.
거기다 진딧물이 잘 생기는 편이므로, 한달에 한 두번 비료를 주면서 약을 쳐주면, 가을까지 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꽃을 계속해서 잘 보기위해서는 꽃이 진후 꽃눈 바로 위에서 전정을 해주면 더욱 금상첨화겠지요.
장미에는 가시가 많아 다룰 때는 항상 가시를 조심해야합니다. 장미의 가시는 줄기의 껍질이 변한 것입니다. 이는 초식동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무기입니다.
또, 장미가시하면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중략)”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중학교때 명시라며 담임선생님이 읽어 주신 시였는데, 아파트울타리 사이로 아름다운 붉은 장미꽃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생각나곤 합니다.
아마도 릴케가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이야기가 사춘기인 나에게 낭만적으로 느껴져서 무의식속에 남아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릴케는 여자 친구를 위해 장미꽃을 다듬다가 가시에 찔렸습니다. 건강한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백혈병을 앓고 있던 릴케는 상처가 쉬 아물지 않았고, 이것이 화근이 되서 패혈증으로 고생하다 51세를 일기로, 장미가시에 찔려 죽은 시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미의 여신 비너스가 탄생할 때 같이 태어났다는 장미. 인류와 함께 오랫동안 함께한 꽃이기에 그 아름다움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두고 온 장미를 돌보기 위해 작은 자기 별로 돌아간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지금도 그려간 양으로 바오밤나무 새싹을 먹이고, 장미를 돌보고 있을까요? 먼 옛날 사랑을 고백한 집사람에게 나는 어린왕자가 되었을까요? 갑자기 사랑이란 단어가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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