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하면 곧장 ‘공부벌레’가 떠오르고, 학생들의 학구열로 밤새 불이 꺼질 줄 모른다는 그 대학 도서관은, 그래서 그곳의 심장과도 같다.

그래서일까. 요즘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공부의 필요성’이나 ‘근학의 동기’를 일깨워 주려고 흔히 드는 예가, 소위 ‘하버드대 도서관의 30훈’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도서관 30훈’을 쳐보면, 무수한 블로그들에서 ‘금언’처럼 모셔지는 그것들이 쏟아질 것이다. 어떤 것은 그럴싸하게 영어 원문(?)까지 병기해 놓은 것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하버드의 심장부에 공공연히 게시돼 있으리라 보기에는 너무도 유치한 표현들이 많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 몰라도 성공은 성적순이다 / 지금 흘린 침은 내일 흘릴 눈물이 된다 / 개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놀자 / 학벌이 돈이다 /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 한 시간 더 공부하면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

정말 이런 내용들을, 세계적인 석학들과 인재들이 좌우명으로 삼기 위해 내걸어 놓고 있을까? 그래서 우리도 본받자고 모실만 할까?

이런 의구심을 필자보다 먼저 가졌던 이도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도서관학자가 마침 그곳에 갈 기회가 있어 확인해 보았더니, 비슷한 낙서조차 없고 사서에게 물었다가 망신만 당했더란다. (최정태, 월간에세이, 2009, ‘위대한 도서관’시리즈)

재미있는 구절도 없지는 않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갈망하던 내일이다 /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조작의 냄새가 난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 사이트에서만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기다. 의도가 나쁘진 않으니, ‘하얀 거짓말’로 칠까.

아니다. 그 문구들에 담긴 경쟁 이데올로기의 천박성은 그냥 봐 넘길 일이 아니다. 그것들이 지금도 확산되고 있고 우리 아이들의 뇌리를 맴돌 것을 생각하면, 개탄만으로 끝낼 일이 결코 아니다.

김 병 우 (교육칼럼니스트, 산남 계룡리슈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