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이영재 님 )초등학생 아들 둘을 스승으로 모시고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치는 10대의 삶을 배우고 실천하는 40대 엄마. 영상을 통해 나의 이야기, 내 가까이 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영상 제작 공부를 하는 중~
( 주민 이영재 님 )초등학생 아들 둘을 스승으로 모시고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치는 10대의 삶을 배우고 실천하는 40대 엄마. 영상을 통해 나의 이야기, 내 가까이 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영상 제작 공부를 하는 중~

 

 

 

 

 

 

 

 

 

우리 아빠는 노인성 난청을 앓고 계신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거의 듣지를 못하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난 10년 동안 나는 아빠의 불편한 손발을 대신한 적은 있어도 힘든 마음을 덜어드린 일은 없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워지시면서 엄두를 못 내시는 관공서, 은행일 등을 도와드리기는 해도, 아빠가 겪는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리고 공감하며 그 불편한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본 일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지난 상반기, 아빠의 운전면허증 갱신은 내게 아빠의 노인성 난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만 75세가 넘으신 아빠는 운전면허증 갱신 서류로 치매선별검사 결과지를 제출해야 했다. 검사를 위해 처음으로 지역의 치매안심센터를 찾았다. 문제는 우리 아빠가 난청인이라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난청인을 위한 별도의 검사 과정이 없었다.

검사자는 아빠를 모시고 검사를 시도한 지 1~2분 만에 검사가 불가하다고 하였다. 이대로 검사를 진행하면 실제 인지능력 여부와 관계없이 아빠는 치매로 판정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당시는 코로나가 한창이라 검사자도 피검사자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빠 같은 난청인들은 청력이 약해질수록 입 모양으로 타인의 말을 이해하는 ‘구화’와 글로 대화하는 ‘필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그곳에서는 이 두 가지가 모두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나는 코로나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검사의 공정성이라는 문제로. 나는 검사자가 입 모양이 보이는 마스크를 쓰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미안했던지, 검사 담당자는 치매안심 센터가 아닌 별도의 의료기관에서 간단한 치매 검사 후 의사소견서를 받아 치매선별검사 결과지 대신 제출해보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덕분에 해결방안은 찾았지만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방금전과 같은 억울한 상황에서 나야 의사소통이 되니까 항의도 하고 제안도 해보지만, 우리 아빠처럼 의사소통이 어려운 난청인이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무리 억울해도 항의 한번 못하고 돌아나오지 않았을까. 혹은 억울하게 치매라는 판정을 받고 돌아나오지는 않았을까. 아빠가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기분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비로소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절절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65세 인구의 약 30~40%가 앓는다는 노인성 난청. 하지만 노인성 난청인들을 위해 사회가 제공하는 도움은 여전히 무딘 칼 같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보청기 구입비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실제 난청인들이 그 보청기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보청기 적응에 많이들 실패한다는데 그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가 하면 노인성 난청인의 가족으로서 보청기가 노인성 난청인들에게 필요한 최선의 정책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문제에 관하여 짧은 다큐를 제작해보기로 했다. 노인성 난청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아빠처럼 사회로부터 단절된 난청인들에게서는 그들이 왜 집에만 있을 수밖에 없는지를 듣고,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난청인들로부터는 그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들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노인성 난청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도움은 무엇인지를 들어보고자 한다.

다큐의 기획단계에서 사전조사차 대화를 나눈 한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노인성 난청인들에게는 사실상 ‘그림 의 떡’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면서, 노인성 난청인들이 목소리를 모아 그들의 요구를 들려주고 필요한 도움을 제안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나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이 짧은 다 큐가 노인성 난청인들이 세상에 던지는 커다란 외침이자 이웃과 사회에 바라는 바를 전하는 당당한 목소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 혹시 노인성 난청인들을 만난다면 이렇게 해주세요!

입 모양을 크게 하고 저음으로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그래도 못 알아들으시면 필담을 해보세요. 그게 훨씬 빠른 의사소통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필담을 대체할 수 있는 휴대폰 어플도 많아요. 저는 종종 ‘음성자막변환’이라는 어플을 활용하여 아빠와 대화하는데, 음성 변환의 속도나 정확도가 높아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인성 난청인들은 귀가 안 들리시니까 대화 자체를 두려워하기도 하세요. 그러니 난청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친절한 태도는 그들에게 세상 그 무엇 보다도 큰 힘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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