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청년 이희진(26세)씨

#브이로그 #젠더 #헌혈 #기후위기와 비건 운동 #공동체 #사회심리학 #벌크업 #클라이밍

 

이희진 씨는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과 법학을 복수전공했다. 숙명여자 대학교의 사회심리학과는 2020년 기준 전국 학종 경쟁률 1위를 할 만큼 인기 있는 학과다.

올해 9월부터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기도 한 퀸 메리(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의 Medicine and Dentistry에서 주관하는 Forensic Psychology(법의학 심리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한다. 

대학생 때부터 한국여성정책연구소 연구보조를 하거나 영등포 문화재단 지역리서치에 참여하는 등 커리어를 병행, 올해는 법무부 등 형사사법시스템 내 유관기관과 계약하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이외에도 비건으로 살기, 재능기부, 클라이밍과 벌크업(운동과 식단으로 몸의 근력을 키우는 것) 등을 하며 살아가는 요즘 청년이다.

클라이밍
클라이밍

 

문을 열고 나서면 봄꽃이 지천이다.  봄은 언 땅이 녹아 강인한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기자는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한창 봄을 지나고 있는 마을의 청년을 만났다. 4월의 여의주 이희진(산남 리슈빌, 26세)씨. 그는 어린 시절 두꺼비 마을신문 1기 어린이 기자로 활동을 했으며 비건 관련 기사를 기고하는 등 마을 신문과도 인연이 깊다. 우리 마을의 청년은 뭘 먹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인터뷰해 보았다.

 

#브이로그 - 나를 기록하고 나를 알기

이희진 씨의 취미는 브이로그, 영화, 클라이밍, 벌크업이다. 카테고리가 뭔가 구체적이다. 이 중 틱톡이나 브이로그처럼 영상으로 일상을 찍고 남기는 이유가 무얼까?

브이로그는 비디오와 블로그를 합친 말로, 개인의 일상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 같은 곳에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영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젊은이들에겐 일상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크레용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영상작업이 쉬운거라고 하여, 엑셀은 못해도 영상편집은 하는 추세라 낯설지만 일단 부딪혀 보려고 브이로그를 시작한 이희진 씨.

“현재를 충실하게 살려는 편인데 영상으로 찍어 놓으니 추억으로 남아요. 얼마 전 생일에 친구들과 영상을 찍어놨는데 추억 회상보다 직접적이어서 좋아요.” 영상편집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긴 하지만 스트레스받지 않고 하고 싶은 만큼만 한다. 이렇게 청년은 자유롭고 솔직하게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공유한다.

 

#젠더 갈등

‘여대를 나왔으니까 남자 친구 없겠네. 여자니까 남자는 다 싫겠네. 딸인데 아빠랑 어떻게 지내?’ 이처럼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남녀를 가르는 표현들이 일상에서도 여과 없이 사용된다. 일베, 메갈에서 시작하여 2대남, 1번 남과 2번 남, 여초, 남초 등 젠더 가르기를 넘어 여성 혐오 용어들은 상당히 불편하다. 정치권에서조차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이런 일부의 의견에 편승해 편가르기를 부채질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청년 이희진 씨는 할 말이 많았다. “2대남으로 대표되는 여성혐오자들의 주장에 모든 사회 구성원이 동의하지 않는데, 일부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의견을 추켜 세워주니까 결속력이 단단해지고 그것이 일반화되는 현상이 있어요. 여성 혐오로 인해 사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할 때 정치가 바로 잡아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청년 정치 -정치색이 없는 정치 성향

요즘 20대들은 만나면 예적금, 주담대, 부동산 투자 등이 주된 관심사라고 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실리가 중요하다. 청년들의 정치의식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희진 씨는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으나 여가부 폐지에 대한 언급도 없고 공군 중사 사망사건 특검법을 다룰 때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는 등의 행보가 실망스러웠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특정당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관심 있는 의제를 해결하고 추진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당색과 상관없이 누구든 괜찮아요.” 그는 재능기부, 불매운동, 기부 등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그것이 곧 정치라는 생각을 밝혔다. “정치는 바르게 하면 되는 거예요. 거 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여러 곳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4월,  순천만 습지에서
올해 4월,  순천만 습지에서

 

#기후 위기와 비건 운동

기후위기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 생활과 경제 전반에 확실한 변화 없이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을 정도로 시급하다. 물 부족과 식량문제 해소를 위한 비건 운동 뿐 아니라 마을 단위로는 두꺼비살림에서 시행 중인 포장 쓰레기를 없애는 용기내운동, 국가 경제 차원으로는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자동차 산업의 변화 등 지구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운동들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기존의 습관을 단호히 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페스코비건을 실천 중인 이희진 씨는 육식신화를 꼬집는다. “수년 안에 어떤 동물 종이 멸종을 한다니까 지금 먹어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특정 음식을 먹어보지 못하고 죽는다 해서 인생이 쓸모없어지거나 불행해지는 건 아니에요. 자신의 삶의 가치를 그런데 두는 건 말이 안 되죠. 영화나 예능같은 미디어에서 ‘회식은 삼겹살이지’, ‘고기반찬이 있어야 밥이 맛있어’ 같은 장면이 자주 나오고 이것이 학습되어 ‘육식신화’가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행위의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비건음식사진 - 브이로그 캡쳐
비건음식사진 - 브이로그 캡쳐

 

#공동체 -사회를 지탱하는 빵부스러기

얼마 전 광주의 한 남교사의 기고문에서 여가부나 페미니즘을 주제로 이야기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50이 넘은 교사분 글도 ‘페미니즘이란 말이 공격대상이 되어 수업을 하기 어려울 지경’이란다. 교육현장에서 문해력, 경제력, 윤리관의 갭이 커져버렸고 공동체 인식에도 차이가 생겼다. 이희진 씨는 공동체 안에 내가 존재하고 공동체를 떠나서 살 수 없다며 ‘누군가는 가식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를 지탱하는 빵부스러기들’이라 말한다.

그는 요즘 아파트 공동체에서 재능기부를 하며 착하게(?) 살고 있다. 청주에 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해보니 지방과 서울의 인프라 격차를 느껴서다. “두발‧복장 규제, 이성교제 금지 등 학업만 해야 했던 고교 시절에 오케스트라동아리 활동이 힘이 됐어요. 그 기억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아파트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있어요. 마침 아파트에 음악실이 있어 시작했는데 앞으로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가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건 자격을 갖춰야 한다거나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공동체 활동을 해온 그로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게 상대적으로 쉬운 일일지 모르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번지점프도 시작 하기 전이 가장 무섭잖아요. 그 한 발자국을 넘어서면 쉬워져요.”

 

# 두꺼비마을신문

이희진 씨는 두꺼비마을신문 1기 어린이 기자다. 어머니 또한 마을신문의 선배 기자로서 오랫동안 헌신해왔다. 그에게 마을신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오래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압니다. 신문이 13년 동안 마을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좋아요. 사람들은 공동체라하면 누구네 집에 놋그릇 몇 개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아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나가는 가게에 ‘두꺼비마을신문을 후원합니다.’ 라는 문구가 붙어있으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는 이희진 씨. “제가 마을신문에 기고를 하는 이유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예요. 타인에 대한 관심이 공동체에 대한 관심일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희진 씨를 인터뷰하며 내내 단단한 나무 같은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간격을 두고 햇볕을 나누는 나무처럼 욕심을 버리고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청년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박선주 마을기자
박선주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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