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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는 초·중등 과정을 마치고 고등 과정에 진학하기 전 자신의 학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하고자 만들어진 기숙학교이다. 시험에서 벗어나 공동체 생활 속에서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에프터스콜레는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에 영향을 주었고 강화도에 한국형 에프터스콜레인 꿈틀리 인생학교가 세워지기도 했다.1851년
165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7.12.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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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시간, 올 사람 없는 우리 집에 초인종이 울린다. 인터폰 화면 속에 가스 검침표를 내미는 아주머니를 보는 순간 난감했다. 청소는커녕 아침 먹은 설거지도 미처 하지 못하고 기한이 급한 서류를 정신없이 작성하고 있던 참이었다. 예전 같으면 다음에 하겠다고 했을 텐데, 잠시 망설이다 이내 현관문을 열어드렸다. “마실 것 한잔 드릴까요? 지저분해서 민망
162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7.09.1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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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파트 거실 창문으로 바로 앞 초등학교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운동장 한 귀퉁이에 가방을 던져놓고 정신없이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가슴에 싱그러운 바람이 분다. 국민학교라 불렀던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면 나 역시 또래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놀았다. 어느 날 학교 후문 앞 문방구에 아이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궁금함을 참지 못
161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7.07.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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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이 평소보다 붐비는 월요일 아침, 2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고 달려가 충주의 한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예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선생님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공감교실 특강을 하게 되었다. 입시제도에 따른 교육과정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많은 학교이고, 아이 들이 힘들어 하니 지켜보는 선생님들이 힘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수업을 힘들어하
160호 공감교실
추주연( 경덕중 교사)
2017.06.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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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책을 읽다가 잠이 들고 우리 집과 담하나 넘어 산남초에서 들려오는 재잘재잘 아이들 소리에 일어나는 것이 올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눈을 뜨고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뭉그적거리며 습관처럼 핸드폰을 열었다. 웬일인지 웹 사이트 메인 화면에 온통 학교와 선생님 기사로 가득하다. 그러고 보니 웹 사이트 이름도 카네이션으로 꾸며져 있다. 아하, 오
159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7.06.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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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학교를 잠시 떠나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학습연구년을 보내게 되었다. 밤을 꼴딱 새워 책을 읽거나 벚꽃 핀 정오의 산책 시간이 짜릿하기도 하지만 학교를 지원하는 이런 저런 일들을 추진하다보니 생각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다.오늘은 매주 정기적으로 열리는 학습연구년 선생님들과의 워크숍이 있는 날이다. 진지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158호 공감교실
추주연
2017.04.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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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마치고 2016학년도 학사 일정이 나흘이면 끝이다. 며칠 후면 졸업이니 뭐 할 게 있겠나 싶지만 이것저것 정리할 것, 준비할 것이 산더미다. 일처리로 늦은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와 서둘러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방학이라 그나마 가족들 식사 준비가 여유로웠는데 개학과 함께 도루묵이다. 추운 날 몸 덥혀줄 메뉴를 고심하다 닭고기로 육수를 내어 국
156호 공감교실
추주연
2017.02.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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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닭이 여러 날 정성껏 알을 품어주면 병아리는 알속에서 껍질을 쪼아대기 시작한다.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병아리가 쪼는 부위를 밖에서 쪼아준다. 병아리는 안에서 줄줄줄, 어미닭은 밖에서 탁탁탁.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어미닭은 알을 깨고 나오는데 작은 도움을 줄 뿐 결국 알을
155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7.02.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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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수업으로 정신없이 오전을 보내고 오후가 되자 목이 뻐근해져 온다. 결국 마지막 수업 시간엔 갈라진 목소리 때문에 아이들 보기가 영 민망하다. 목소리가 이래서 미안하다는 나에게 아이들은 “선생님,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이에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준다.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감기 몸살에 기관지염이 겹쳐 몸이 천근만근이다. 수업을 마치고 쉬는
154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교사)
2016.12.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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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 머리는 탁한 검은색부스스 덤불 사이로 몇 가닥 새치그 아이도 그랬지 눈동자는 뿌옇게 흐린 색처진 눈꼬리 옆으로 엉겨 붙은 눈꼽그 아이도 그랬지 행복은 잠들어 있는 거라고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라고잊혀진 기억 속그 아이도 그랬지 지겨운 밤 미풍이 불어설익은 아침을 울어 깨우는 새처럼굶주린 숨을 토해낸다면그 아이가 그랬더라면
153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6.1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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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의 시간을 정해 놓고 아이들과 지내는 것이 교사에게는 숙명 같은 반복이다 보니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한 해 마무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가을에 열리는 축제는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이 눈으로 확인되는 장(場)이다. 축제날, 우리 반 아이들은 격렬한 논쟁 끝에 결정한 무지개색 학급 티셔츠를 입고 기세등등하게 등교했다. 난생
152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6.10.0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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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날씨 속 개학에 아침부터 지칠 법도 한데, 아이들은 연신 손부채질을 해가며 오랜만에 만난 짝꿍과 이야기보따리를 푸느라 신이 났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일, 올림픽 경기 응원하느라 잠을 설친 이야기, 가족과 함께 간 바다, 강원도까지 가서 본 밤하늘의 유성쇼. 보따리 구경에 눈이 휘둥그레 놀라기도 하고 부러운 눈치를 보내기도 하며 한데 어우
151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6.09.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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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교사노릇 힘들어. 요즘 아이들 예전과는 다르다구. 게다가 업무는 또 얼마나 많은지 말야.” 이런 말들은 교사가 아닌 친구들에게는 이도 안 들어가는 말이다. 돌아올 말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넌 방학이 있잖아~” 그래, 그렇게 기다리던 방학이 왔는데 마음 편히 쉬는 날은 손에 꼽힌다. 연수며 워크숍 일정이 줄을 서있다. 뭐 하나라도 더
150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6.08.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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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시험 끝났는데 오늘 수업해요? 진도 나가요?” 기말고사를 마친 후 첫 수업 시간. 질문인지 애원인지 아이들은 간절한 눈망울로 입을 모은다.기말고사 후 여름 방학 전까지의 시기를 취약시기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는 정상적으로 학사운영이 이루어지기가 어려워 진로 탐색이나 체험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한다. 원래는 고3 수능 이후 시기와
149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6.07.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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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지구온난화 때문에 이렇게 더운 거 맞죠?” 조회대에 걸터앉아 있던 한 녀석이 내게 고개를 꾸벅하고 말을 건넨다. 질문을 던지는 표정이 자신만만하다. 뭐라 대꾸할 새도 없이 옆에 녀석이 “그렇지. 그러니까 너 숨 쉬는 거 줄여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니까. 그쵸? 선생님~”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써먹는 것이 뿌듯한 모
148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6.07.0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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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를 본 후 첫 수업 시간. 고민 고민하며 준비한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노트북에 활동지며 색연필을 바리바리 챙겨서 교실로 향했다. 2층 교무실에서 4층 교실까지 들고 오느라 땀이 삐질삐질 날 지경인데 교실로 들어서는 나를 보자마자 아이들이 질문 세례다. “선생님, 점수 나왔어요? 성적 확인 안해요?” 몸을 앞으로 내밀고 너도 나도 묻는 모습이 먹이 물
146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6.05.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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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뺨에 연신 뽀뽀를 하며 “우리 어머니, 사랑해요~”를 외치는 며느리. 딸처럼 살가운 며느리의 애교에 평생 시골에서 살아온 무뚝뚝한 시어머니도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모녀 사이 부럽지 않은 두 사람인데, 식사 시간에는 어째 냉랭한 기운이 돈다. 며느리는 고향인 필리핀에서 먹던 대로 손으로 밥을 먹어야 제 맛이란다. 손으로 밥을 먹으면 고향에 와있는
145호 공감교실
추주연
2016.04.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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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봄, 첫 마음, 첫 사랑... ‘첫’처럼 마음 설레는 말이 또 있을까? 3월의 학교는 어김없이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기다리고 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미운 정 고운 정 푹 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한해를 시작한다.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는 삶의 체험장이다. 약속된 3월의 첫 만남이 설렘으로만 기다려지는 건 아니다. 새로운 환경
144호 공감교실
추주연(경덕중 교사)
2016.04.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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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마 타로의 그림책 「까마귀 소년」에서 이소베선생님은 따돌림 받던 외톨이 땅꼬마가 까마귀 울음소리를 흉내 낼 수 있도록 학예회 순서를 마련해 준다. 땅꼬마의 까마귀 소리는 학예회에 모인 모두의 마음을 먼먼 산자락으로 향하게 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여섯 해 동안 타박타박 먼 길을 걸어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오면서 까마귀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143호 공감교실
추주연(수곡중 교사)
2016.02.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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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전 마지막 수업. 아이들은 중학교에서의 첫 겨울방학을 맞이한다. 2월 등교일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으니 실은 1학년 마지막 수업이나 다름없다. 학교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들 사귀느라 바짝 긴장하고 애쓰던 3월의 아이들을 떠올리면 몇 해나 지난 이야기처럼 아련하고 웃음이 난다.한 해 동안 아이들은 더불어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얼마나 성장했을까? 아이
142호 공감교실
추주연(수곡중 교사)
2016.01.22 16:13